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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하느님의 곳간 본문

매일의 양식

하느님의 곳간

해피제제 2011. 7. 24. 08:02
1독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2독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복음말씀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단상

'예수는 없다'라는 책의 저자 오강남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95%가 표층 종교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한다.
표층종교란 '산타가 굴뚝을 타고내려와 선물을 준다'는 유아기적 믿음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어린이는 자라면서 더 이상 위와 같은 산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바오로 사도의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과 자라서 '어른이 가져야 하는 시선' 다른 것이다.

근본주의, 문자주의, 원리주의는 불확실한 시대의 무언가 확실한 것을 믿기 위한
미국식 근본주의 신앙을 한국적 종교 상황에 비판없이 적용한 예이다.
무엇인가 확실한 답을 찾길 원하는 시도를 성경에서 문자적으로 해석을 하다보니
여러가지 무리수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근본주의 신앙의 다섯가지을 꼽아 보면,

1. 성경에는 오류가 없다.
2. 예수는 동정녀에서 태어났다.
3. 예수의 인간을 위한 대속적 십자가 죽음
4. 죽음 이후에 육체 부활
5. 재림

위와 같은 것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근본주의 신앙인들의 믿음으로
같은 종교 안에서는 '다툼과 분열'과 다른 종교와는 '대립과 전쟁'을 해 왔다. 

예수님이 유다 종교, 율법학자, 바리사이들과 싸웠던 것들은
표층적인(문자적인) 신앙에 머물러 있던 유다인들에게
'손가락'말고 '달'을 보기를 원하셨음을 알아야 한다.

수천년 세월 동안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과 같은
체험적 하느님에서 그 '달'이 없어진 정경과 문자와 율법 만이 남은 '손가락'은
더 이상 진리나 생명 혹은 평화와 같은 길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집주인의 곳간에는 옛것도 있게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새것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날에 과부가 되었다가나, 질병에 걸린 사람을 보고 '신의 저주'를 받았다는 사람도 없고,
지구가 둥글다고 해서 '위협'을 받거나 '파문'을 당하지도 않는다.
'심층종교'에 다가가야 한다는 마이스트 에크하르트와 같은 신비주의 신학자들의 저서를 불태우지도 않고, 다른 신앙을 고백했다 해서 '화형'에 처하지도 않는다.

500원 넣으면 500원 어치 나와야 하는 자동판매기 신앙은 '표층종교'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믿으면 복이 오고, 대학에 붙고, 건강하고, 승진하고,
예뻐지고(?), 죽을 사람도 산다는 종교는

설사 하느님이 너무도 가엾이 여겨서 청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해 주신다해도
얕은수준의 표층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것들을 바래야 한다.

표층종교에 머물러 있는 교회나 수도성직자들의 말에
혹은 근본주의적인 해석들에 수도성직자들보다도 더 똑똑해진 신자들이 현혹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때문에 교회를 하느님을 떠나가서는 더 더욱 안된다.
내가 믿는 것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지 '표층에 머물러 있는 껍데기가 아니다.
얕은 수준의 수도성직자들 때문에 교회와 하느님을 떠난다면 너무 억울한 게 아닌가!

한국 개신교의 원로 손봉호 교수는 '한국 교회는 희망이 없다'라고 개탄한다.
기복신앙이 주가 되버린 교회에서 더 이상 하느님 거룩한 이름을 팔지 말아야 한다며
기독교가 살려면 지금의 표층 종교에서 심층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천주교도 예외는 아니다.
개신교와는 달리 천주교회는 그래도 꾸준하게 세례교인들이 늘고 있다고한다.
하지만 교회 자체 조사에서 주일 미사 참례자 비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이제는 20%대까지 내려 앉았다는 소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이들의 신자 비율이 급격히 줄어드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세월동안 가톨릭 교회는 수많은 영성가와 좋은 강론사제
그리고 이름도 모를 신자들이 교회의 뿌리 역할을 해왔다. 
'심층종교'로서 많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고 또 이곳저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강남 교수는 '심층종교'를 다른 말로 '영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천주교 신자들이라면 피정 한 번쯤 가보았을테고,
여기저기서 영성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신자들 역시 단순한 '표층종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심층종교'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해 볼 일이다.

처음 교회에 갔을 때 이성적이고,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표층적' 배움을 받았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교회의 가르침도, 신부님의 앎도' 뛰어넘을 수 있는
내가 직접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인격적인 만남' 혹은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심층종교로 나아감은 이와 같은 것을 뜻한다 .   

하느님의 곳간에서는 옛것도 새것도 모두 들어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