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 본문

매일의 양식

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

해피제제 2011. 2. 14. 15:59
1독서

주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단상

이웃살이에 '혹덩이'(?)가 생겼다.
작년 12월부터 이웃살이 쉼터에서 머물고 있는 몽골 이주노동자가 그 '혹'이다.

어느 날 김포경찰서에서 인사불성인채 거리를 헤매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발견하고
통역을 통해 어렵게 사정을 듣고 나서 긴급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웃살이로 데려왔다.

사정인 즉슨,
작년 11월에 한국에 와서 공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공장 밖으로 담배를 사러 나갔다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자전거와 함께 논두렁에 굴러 떨어졌다가 엉금엉금 기어서 공장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겉보기에 큰 부상이 없어 병원을 찾지 않았단다.
그런데 밤만 되면 다리가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을 이겨보려고 매일 술로 잠을 대신했다.

그런 터에 사정을 모르는 공장에서는 아침마다 인사불성이 되어 나타나는 이 이주노동자가
자꾸 실수를 하고 근무를 불성실하게 하자 결국에는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오갈데 없게 된 그 노동자는 또 술을 먹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급기야는 부랑자처럼 거리에 몸을 뉘이더니
어느 추운 날 인사불성인 모습에 한 시민의 신고로
김포경찰서로 그리고 임시 쉼터가 있는 우리 이웃살이로 오게 되었다.

이웃살이 소장님께서는 먼저 그를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하고
바로 당일로 입원시켜 한 달여 기간 치료를 통해 다시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금년 초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와 처음 이 노동자를 만났던 나는,
과거 술 먹고 인사불성이었던 이 노동자의 모습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병원에서 얌전하게 치료받고 있던 천사같은 그이를 이웃살이 쉼터로 다시금 데려왔다.
치료는 끝났지만 아직 안정을 요하는 기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 것이다.

한 달여 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하루 세끼, 매 식사 시간 마다 병원에서 온갖 영양식을 챙겨 주었을 뿐만아니라
인근의 몽골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고향의 음식과 여러 몽골 친구들이 그이를 병문안 했었다.

물론 우리 이웃살이 소장님을 비롯한 직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도 병원에 홀로 있는 그이를 위해
간식이며 읽을 책 그리고 잦은 병문안으로
그이도 서서히 마음의 안정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는데
겉 보기에는 온전히 치유된 모습으로 쉼터에서 생활하는 건강한 몽골 이주노동자에게
전과 같이 병원에서 정성을 쏟던 것 처럼 누구도 크게 신경을 써 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시금 술을 한 두 잔 마시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매일매일 인사불성이 되어서 처음의 행려자 모습으로 되돌아 가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취해있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 보다 많을 정도로,
아니 깨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쉼터에서의 그이의 생활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 이의 이러한 처지를 설명했지만 주한 몽골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고
처음 이웃살이로 소개했던 김포경찰서에서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강제추방을 할 수도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그렇다고 본인이 제대로 의사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깨어 있지도 않으니
본인에게 '가부의사' 를 묻는 것도 불가능하고
술 취한 상태에서도 '몽고로 돌아가야 합니다'라는 말만 나오면
경끼를 일으키고 "안가!"라며 손사래를 치는데
그렇다고 술 취한 이를 며칠 간 병원에 입원시켜 
맑은 정신이 돌아오게 하여 '여기(쉼터 혹은 한국)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습니다.'라며 통보한 뒤에
술로 나날을 보낼 것이 뻔한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떠나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뺑소니 사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의 안정적이고 밝았던 모습과
'친구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하는 불안하고 두려운 지금의 모습을 대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관심과 함께해 주지 못했던 퇴원 이후의 일상에 대해
내팽개져 버려졌을 그이의 두려움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공장을 찾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했지만
다시금 손 대기 시작한 한 두 잔의 술이
그분 자신을 예전의 알콜중독자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쉼터에 머물고 있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이제는 이웃살이에서도 더 이상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사태가 되었고 무언가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런저런 고민스런 해결 방안 중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그분에게 최선의 방법이기를 희망한다.
좀 덜 감정적이고 좀 덜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어서
그분이 덜 상처 받는 방향으로 지혜가 모여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 아침 가난한 이들을 위해 함께 깨어있을 세상 모든 이들의 지혜를 간절히 청한다.

주님, 당신의 그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제가 알게 하소서.

'매일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보이느냐?  (0) 2011.02.16
자연재해???  (0) 2011.02.15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0) 2011.02.13
가슴 뛰는 삶!  (0) 2011.02.12
'에파타!'  (0) 201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