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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거울 같은 사람 본문

매일의 양식

거울 같은 사람

해피제제 2011. 11. 29. 07:00
1독서

그날에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단상

이웃살이 소식지 발송을 위해 라벨을 붙이고 봉투작업을 해야하는 날,
동기 수사님은 수능을 끝낸 안젤라를 불러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람베르토 형제도 불러야 한단다.
둘 다 성당의 레지오에 몸을 담거나 담으려고 준비 중인 친구들이다.
 
안젤라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조부모 슬하에서 반듯하게 자라더니
자신의 꿈을 멋지게 키우고 또 그 꿈을 위한 첫 걸음으로
이미 서울에 있는 대학에(수시에서) 당당히 합격을 했고
수능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금 한글교사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살이를 찾고 있다.
과외나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안되는 안젤라에게 동기수사님은 명 논술강사의 경력을 살려
자신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시간을 내고 몇 달이나 지도를 해 주더니
이제는 스승과 제자처럼 투닥투닥 서로를 챙겨주는 양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연민이 이는 이들만 보면 쉬는 날도 잊고 그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 주는 동기수사님의  
무대뽀 퍼붇는 사랑이 이와 같다.

또한 람베르토 형제는 유명 사립대 법대를 다닐 정도로 똑똑한 친구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심신을 돌보는 중이다.
내적으로 심약한 그이를 위해 동기수사님은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본당에서도 쉽게 적응을 못하고 레지오 안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자연스런 연민의 대왕인 동기수사님은 함께 산책을 가자거나
강화로의 나들이에도 초대하고 이것저것 혼자 있는 시간들 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불러 들여서 사람들과 더불어 있도록 마음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웃살이에 소소한 일들이 있으면 이 형제를 불러내오고
손수 음식을 해 먹이고 게다가 맥없는 나까지 옭아매준다.

늘 개인적으로 쉬는 날들에 이렇게 마음을 쓰고 다니니
가끔은 퍼지거나 스트레스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자신을 돌보아야 할 지경일 때는
잔소리 대왕에게 '오지랖도 무지 넓어서 사서 고생을 무던히도 한다'며 한 바탕 핀잔을 듣는다.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아픈 이들에게는 자연스레 마음이 움직이는 동기 수사님인지라
자신을 돌보아야 할 때와 돌봐주어야 할 사람들이 겹칠 때는 
괜히 불똥이 공동체에 혹은 내게 튀기 때문에 그럴때는 황망한 것이 꼭 꼭 바른(?) 말을 해 댄다.

그럼에도 그런 친구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아프다며 눈가에까지 촉촉해지는 모습은
처음 수련원에서 보았던 여러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것이
하느님께서는 동기 수사님 안에서도 여러 감정들을 일깨우시고
또 그것을 자연스레 표현하도록 이끄신다는 감사로움이다.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비틀비틀대지만
동기 수사님이 걸어가는 그 길에 한 마음으로 쭉 나아가는 모습에
함께 길을 걸으며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또 자극도 받아 가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는 중이다.
7년을 함께 살면서도 아직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내는 재미가 쏠쏠 하고
또 7년을 지내면서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는 과정 혹은 눈물 겹게 몸에 새기려는 노력에 
성장을 위해서 '새로운 습관'들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또한 짠하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서로가 투닥투닥 하는 모습을 보며 '부부같다'라는 말이 들릴 때면
서로 손 사래를 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기쁨이 이는 것은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음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런 삶이라 어렴풋이 알아듣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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