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가족소개하는 날 본문
가족 사진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한데 모여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한참을 그렇게 올라오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17명 10개국에서 모여드 사람들이 사는 수도공동체이다보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가족소개'다.
할아버지 신부님부터 이제막 서원을 한 1년차 수사님까지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의 가족을 소개한다.
낡고 빛바랜 사진에서 최신 동영상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한 사람씩 소개를 할 때마다 말투에는 이런저런 추억들이 어려있다.
몇십년을 이곳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더욱 그래 보인다.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믿고 살면서
전화번호도 알려 주지 않던 나도
급히 누님과 동생에게 그이들 가족들 사진을 보내달라 막무가네 보챈다.
재촉 받는 이들도 당황했으리라.
소식 한장 없다가 '가족'임을 내세워 그런 짓을 잘도 한다.
그 막무가네 덕분에 가족들이 모두 곁으로 찾아 들었다.
두 가족의 아이들은 내가 나이 먹고 있음을 알려 주려는지 훌쩍 커 있었고
내 기억 속에 한시도 제자리에 계시지 않던 할머니는
가을 산책에 나서면서 동생의 도움으 받고 계신다.
그이들의 사진을 칼라로 인쇄해서 공동체 식구들에게 소개한다.
귀엽다, 예쁘다, 행복해 보인다. 김 수사도 이런 가족이 있었냐며
모두들 소란스럽게 아는 체를 해 온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가족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본가에 가는 날도 일년에 한두번 명절 때도 겨우,
그것도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만 내밀고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렇게 10년을 보내더니
어느날 느닷없이 잘 다니던 직장 관두고 수도원에 들어 간단다.
그리고 그 길로 또 10년을 수도생활이란 것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홀로 되신 아버지도 하늘로 여행 떠나시고
누이도 남동생도 각각 짝을 만나 아들 셋, 딸 둘을 낳고 잘도 살고 있다.
조카들이 다섯이나 생겼지만서도 지 버릇 넘 못 준다고
'삼촌'이라고 불러 주기는 하지만 몇 년에 한 번씩 만나는 터에 그것도 감지덕지,
여튼 그런 차에 '가족'이라는 끈이 옅어지더니
이제는 타지도 아닌 외국에서의 삶이라 더 더욱 얼굴 마주하기도 쉽지 않은 차에
이렇게 몰라보게 자라버린 아이들의 사진을 받아 들고
한 동안 짠하게 올라오는 것들에 어쩌지 못하고 사진만 만지작 만지작 한다.
곱게 인쇄된 사진을 책상 앞 게시판에 꽂아 두고
나를 향해 웃는 주는 얼굴들에 깊게 눈 인사 하면서
하느님의 평화를 그이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다짐해 둔다.
그이들 곁으로 가는 날,
제일 먼저 함께 '가족사진'을 찍어 두겠노라고....
동생네
보리
보리2
솔
솔2
동생과 할머니
동생, 솔, 할머니
누나네 가족
애랑, 태랑, 영랑이 아들 삼형제
애랑과 영랑
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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