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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본문

매일의 양식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해피제제 2011. 7. 4. 07:29
1독서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군." 하면서
두려움에 싸여 말하였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

복음말씀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
그는 속으로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 여자를 보시며 이르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단상

살면서 '왜?'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별 큰 일 없이 가족과 친구와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왜?'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부터 삶의 주도권이, 부모가 친구가 직장상사가 아닌 나에게 주어진다.

그 이전에도 가끔씩 '왜?'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의문에 치열하게 답을 찾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진지하게 그 물음과 마주할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런데 나를 흔드는 '왜?'를 만나게 되면 다른(?) 눈을 가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것, 행복한 것, 일상적인 것 안에서는 이 물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선물 자체이니 그때는 그 선물을 살면 그만이다.
시간이 흘러 이것이 온통 '감사'할 일로 다가오면 그때에 이르러 '감사'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온통 '감사할 것'으로 다가올 때는 진지하게 '왜?'라는 물음을 시작한 때다.
그것은 때론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
한 번도 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상의 깨어짐,
이 세기에는 도저히 치유될 수 없는 병,
차라리 이 목숨 거두어 가셨으면 하는 고통스런 현실 등 등

'왜?'라는 질문이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나와 관계하게 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신에게, 초월자에게, 우주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에 백기들고 투항할 때
그때서야 비로소 혈루병 걸린 여인의 고백이 가능하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벗이 내게 '지혜'를 구한다.
그러나 내가 그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전히 '모른다'라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고통 중에 있는 벗이 치열하게 '왜?'라는 질문과 마주할 수 있기를 나의 주님께 청해 본다.
그리고 이 진지한 물음을 통해 그만의 고백을 그의 입술에 올릴 수 있기를...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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