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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내가 하고자 하니.... 본문

매일의 양식

내가 하고자 하니....

해피제제 2011. 1. 7. 08:32
1독서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복음말씀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려라."하셨다.


단상

"얼마를 받아 쳐 먹길래 그러냐?"

수화기 건너편 목소리가 당장이라도 뛰쳐 나올 기세다.
잔뜩 격양된 모습이 화가 단단히 낫다 싶다.

5년이나 일했는데 퇴직금을 한푼 받지 못하고 쫓겨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래저래해서 이만큼 퇴직금이 산정되었으니 지급해 주기시 바랍니다.'
하였더니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대화를 시도해 보고, 사정 이야기를 하였으나
차일피일 기일을 넘기더니 급기야는 법대로 하란다.
어쩔 수 없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출석까지 했는데 정작 고용주는 나오지도 않고
또 출석하고 그냥 돌아오기를 반복

그이도 끈질긴 전화에, 발품을 몇번 팔더니 슬슬 부아가 났는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과히 곱지만은 않다.
한 두번 얻어 들은 바가 않이니 온갖 욕설이 배부르기만 하고
그럼에도 교회를 걸고 넘어지는 야유에는 가끔은 성질대로(쌈닭) 실력을 발휘한다.

천주교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그래서 절대로 댓가를 바라지 않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연민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간다하니
평생을 영리를 목적으로 사람을 쓰고 대했던 고용주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족속들이다.
'어찌 돈도 안 받고 그런 일을 하냐'며 그래도 무엇인가를 받을 거란다.

그러보고니 언제부턴가 저런 모욕과 업신여김과 오해에도 담담해 졌는지 모를 일이다.
쌈닭기질이 다분할 때는(지금도 역시 그렇지만) 울그락불그락 난리도 아녔는데(지금도 역시..)

조금씩 조금씩 그이들의 야유와 욕설이 자기자신들의 사정에 대한 하소연임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그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고
그 온갖 험상궃은 표현들에도 '이러는 이유가 있겠지'하며 점차 달관도사가 되어간다.
 
내 사정을 이해해 준다는 마음이 전달되면 그이들 안의 원래 순한 면들이 드러난다.
날 때부터 가진 선물들이 살아온 여정 중에 치이고, 깨이고, 가리워지면서 묻혀진 것들이
그냥 '깨끗하게 되어라'하는 내 사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와 함께 아파해줌이 전해지면서
나를 나답게 살게 하신다.

이것이 예수님 치유의 힘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