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독을 품은 말들 본문
독을 품은 말들
바리사이들이 다가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예수 :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바리사이들 :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려라.’ 하고
명령하셨습니까?”
예수 :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오랜 만에 방문한 한국예수회 공동체에서
오랫 동안 듣지 못했던 수도회 속속들이 사정을 전해 듣게 된다.
아르투르 소사 예수회 총장 신부님께 승인을 받은
향후 10년 간의 보편 예수회 사도직에 대한
한국 예수회 차원의 구체적 사도직의 방향도 듣게 되고
이 모든 목표를 수행하기에 ‘무엇’에 대한 완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느님 그 분 뜻에 맞갖게 ‘어떻게’ 그 사도직들을 수행할 것인지에 마음을 둔다.
이것은 그 분의 바르고 선하고 정의로운 가르침에 따른 과정의 충실함이다.
효율성, 생산성, 경제성과 같은 세상적인 결과 평가의 기준들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로지 우리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한’ 그 분의 선한 의지가 우리의 기준이다.
이렇게 한국예수회는 하느님과 그 분의 대리자인 소사 총장님
그리고 예수회의 모든 협력자들 앞에서 공공연히 약속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몇 가지 결이 다른 의견들도 전해 듣게 되는데
그이들의 어두운 기운 가득 섞인 외침들 앞에서는
나는 힘이 빠지고, 눈이 감기고, 머리가 아파 오기까지 했다.
바르고 선하고 정의로운 하느님 뜻에 따른 공동 식별의 결정들에
‘무모하고, 어리석고, 뜬구름 같은 결정’이라는
이 이들의 감정 섞인 외침 앞에서
한 편으로는 그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면서도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쭈욱쭈욱 빠진 것이다.
이미 충분한 토론과 나눔, 그리고 기도와 식별을 통해 함께 결정이 된 사항들이니
반대의 의견을 표했던 회원들 역시 그러한 과정으로 채택된 중장기 계획들 앞에서
그것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서로 마음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11가지 구체적 실천 계획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각 주제에 이해 관계가 있는 모든 회원들이
서로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한 사항들이라니 더욱 그러해 보인다.
만약 시간의 제약상 최후까지 의견을 모으는데에 실패했다면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가지고 최고 장상인 관구장의 의견을 묻고
관구장을 통해서 나온 최후 결정들에는
비록 지금 내 의견과 다를지라도
나 보다 더 많은 정보들과 더 큰 그림 안에서 이루어진 결정들임을 알기에
하느님의 뜻을 대리하는 장상을 신뢰하고
그 분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우리가 하느님과 그 장상 앞에서 약속했던 ‘순명의 서원’인 것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의 신원은, 바르고 선하고 정의로운 하느님을 믿고
그 분의 지상 대리자인 수도회 장상의 명령에 ‘순명’하기로 서원한 사람들이다.
예수님만 보면 시험해 보려고 안달이 나있는
그래서 늘 그 분 앞에서 ‘독기’ 가득한 말들로
상처 받은 이들을 더 아프게 만드는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들 처럼
우리 수도자들 마저도 해로운 독가스를 퍼트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저 하느님과 그 지상 대리자인 관구장을 신뢰하며
그 분들이 바르고 선하고 정의로운 하느님 기준에 반하지 않는다면
그 결정들을 따르면 될 일이다.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 분께 우리 모두를 위한 도움을 청해 본다.
한 마디 덧붙이면,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들은
상대에 대한 예의도, 존중도, 인품도 묻어 나오지 않는다.
그 품위 없는 말들은 국민들을 질리게 만들 뿐이다.
그렇게 이 사회에 독을 가득 뿜어 대는 사람들 곁에 누가 가까이 가고 싶어 하겠는가
나 부터도 부정적인 기운 가득한 그이들의 말과 행동에 기운이 빠진다.
그이들 곁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은 이들은 이 점을 기억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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