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A신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본문
A신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사제품을 받고 본당에 파견 나가 있는 새 신부님이 공동체 미사를 주례했다.
당신도 신학원 공동체 일원으로서는 이 아침 미사가 처음이라 하신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오늘은 원래 A신부님이 미사 주례를 해야 하는데
아침에 다른 사정(?)으로 제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라며
미사 강론 준비를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노라며
‘그래도 늘 준비된 예수회원이기에 미사 강론을 하겠습니다’ 라고 한다.
그렇게 새 신부님의 말씀대로 ‘늘 준비된’ 강론과 거룩한 미사 성제로
이른 아침을 깨우는 웃음과 맑은 기운에 감사로운 마음이 절로 일었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데
공동체의 또 다른 신부님의 날이 서 있는 반응에 살짝 긴장감이 올라왔다.
“A 신부님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아침 미사가 힘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인지
계속 미사를 빵꾸를 내시네” 한다.
그러고 보니 A신부님은 아침을 유독 힘들어 하신다.
요즘 말로 하면 ‘저녁형 인간’이다.
그러니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저녁에 공동체 미사를 올릴 때는
그렇게 ‘불성실한 수도자’는 아니다.
저녁의 맑은(?) 정신으로 늘 강론도 생기 가득하고
거룩한 전례와 유쾌한 몸짓에 모든 형제들이 편안히 대하는 신부님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공동체 미사를 하게 되면
A신부님은 ‘아침형 인간’의 수도자에게서 이렇게 ‘불성실한’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그러니 A신부님은 저녁에 미사를 드리는 공동체로 옮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사를 빵꾸를 낼 일도 없겠고
그래서 이 아침 날이 바짝 선 목소리의 수도자가
‘형제를 판단하는 죄’를 범하지도 않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단상을 써 내려가는 나 역시도
지금 오늘 아침의 형제들을 내 시선에 따라 판단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리 되지 않기를,
내 자신을 먼저 내 하느님 그분 앞에서 성찰해 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사랑이신 주님, 세상을 내 시선이 아닌 당신 사랑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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