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본문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4살 한 여자가 있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온통 검은색 가죽 옷과 재킷을 걸쳤으며
역시 새카만 군화를 신고 다닌다.
코와 귀에는 몇 개의 피어싱인지
몸을 꿰뚫고 있는 그것을 보고 있자면 섬뜩할 지경이다.
게다가 몸 여기저기에는 문신으로 도배를 했다.
그로테스크한 것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을 향해 ‘건들지 마’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여자 주인공의 외형이다.
.
법적 후견인의 부당한 권한 행사에 씩씩거리다
‘건들지 마’라는 기운을 풀 풀 날리며 걷다가 일단의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다.
一 vs 多, 여자 vs 남자들의 혈투다.
독기 가득한 몸으로 결코 물러서지 않다가
그래도 여자의 몸이기에 힘에 부치자
깨어진 병을 주워들고 ‘죽여 버릴 거야’라며 온 몸으로 부딪친다.
찢어지고 터진 몸으로 마치 상처 입은 야수처럼 깨진 병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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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은 온통 뒤틀려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의 장면은 그녀가 차 안에 타고 있던 남자에게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그어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아마도 그녀의 아빠인 듯하다.
그이는 고통스럽게 타들어가고
그 여자 아이는 주먹을 꼭 쥐며
이 불길이 꺼질 때까지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
당연히 그녀는 망가진 삶을 살게 된다.
아빠를 죽인 딸,
영화는 왜 그 여자 아이가 아빠를 불에 태워 죽였는지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강간한 아버지,
10살이 되기도 전에 온통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제는 육체적인 고통은 끝났지만 ‘폐륜아’라는 멍에와
그 정신적인 고통에 그렇게 24살의 혐오스러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모습으로
세상을 증오하며 성장한다.
.
영화는 16살 된 한 여자아이의 실종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한 언론인에게
그녀가 어찌 되었는지 알아 봐 달라는 의뢰로 시작된다.
드러나는 진실에서 실종된 여인 역시
아버지와 오빠의 짐승 같은 짓에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행방을 감추면서
40년을 그렇게 세상에 흔적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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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그 세월 동안 자신을 걱정하며 친딸처럼 돌보아 주었던 삼촌에게는
그녀의 유일한 흔적 ‘마른 꽃’을 액자에 담아 매년 보내 주고 있다.
이제 죽음을 앞둔 삼촌은 그룹의 상속자로 예뻐했던 그녀를
또 다른 욕심 많은 가족들 중 누군가가 죽였을 것이라며
열혈 언론인에게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진실을 밝혀 달라며 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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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영화지만 내게는 언론인을 도와 실종된 여인을 찾게 되는
검정 가죽 옷의 온통 혐오스러운 여자에게 눈길이 더 쏠린다.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아버지의 성적(性的)인 폭행과
드디어 그를 불로 태워 죽임으로 현재의 전혀 스물넷 여자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에서,
세상이 온통 잿빛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고역인 것이 그녀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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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가 어떤 계기로 그 정의로운 언론인의 뒷조사를 하게 되면서
뭔지 모를 묘한 끌림에 그를 지켜보게 되고,
그 남자가 벽에 막혀 고민하고 있을 때는 그이를 대신해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그녀 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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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정보의 출처를 찾아 온 남자와 마주했을 때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외형이 그로테스크한 것과는 다른
이 여자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생소한 표정이다.
그녀의 무표정 속에서 어떤 밝은 생기를 느꼈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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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함께 사건을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비로소 우울한 화면에서 밝은 색 톤으로 바뀌어 간다.
평생을 살면서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없는 여자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마음이 끌리는 남자 앞에서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그리고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 답답함에 애꿎은 담배만 쉼 없이 피워 물고 있다.
남자는 그렇게 고민하는 여자의 아침을 준비하며
시종 기다림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
한 이불을 덮던 날에는 사랑을 나누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여자의 모습에서
온통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위험에 빠진 남자를 살리기 위해 골프채를 휘두를 때도
결코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가 감옥에 있는 동안 그를 모함에 빠뜨린 세력을 쫓아가
그 뒷조사를 하고 그 자료를 남자에게 전하면서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마치 훔치듯 키스를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빼는 모습에서는
나도 덩달아 부끄럽게 미소짓게 되는 것이
그녀가 그 아픈 날들을 서서히 벗어던지고
비로소 사랑을 시작했음에 감사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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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전히 아픈 사람들이 많다.
평생을 말 못할 고통에 그녀가 그랬듯이
자신을 온통 흉측한 모습으로 뒤덮고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로를 벌주며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치유되지 않은 채
누구도 껴안아 주는 사람 없이 마치 그녀만의 잘못인양 낙인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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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배우지도,
배워 본 적도 없는 사랑을 스스로 알아 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가 남았지만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이가 있어
그녀는 힘차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여전히 많은 상처와 고통을 간직한 사람들 역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서서히 닫혔던 마음을 열고 밝은 빛 아래서 씩씩하게 세상을 걷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그이들을 위해 소망한다.
.
이 상처투성이 여인이 그녀의 사랑을 찾아 가는 좌충우돌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짓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면서
어떤 아릿한 감정들에 계속해서 그이들을 위해 기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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