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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본문

마음에게 말걸기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해피제제 2012. 3. 12. 08:59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4
살 한 여자가 있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온통 검은색 가죽 옷과 재킷을 걸쳤으며
역시 새카만 군화를 신고 다닌다
.
코와 귀에는 몇 개의 피어싱인지
몸을 꿰뚫고 있는 그것을 보고 있자면 섬뜩할 지경이다
.
게다가 몸 여기저기에는 문신으로 도배를 했다.
그로테스크한 것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을 향해 건들지 마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여자 주인공의 외형이다.
.
법적 후견인의 부당한 권한 행사에 씩씩거리다
건들지 마라는 기운을 풀 풀 날리며 걷다가 일단의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다.
vs , 여자 vs 남자들의 혈투다.
독기 가득한 몸으로 결코 물러서지 않다가
그래도 여자의 몸이기에 힘에 부치자
깨어진 병을 주워들고
죽여 버릴 거야라며 온 몸으로 부딪친다.
찢어지고 터진 몸으로 마치 상처 입은 야수처럼 깨진 병을 휘두른다.
.
그녀의 삶은 온통 뒤틀려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의 장면은 그녀가 차 안에 타고 있던 남자에게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그어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아마도 그녀의 아빠인 듯하다.
그이는 고통스럽게 타들어가고
그 여자 아이는 주먹을 꼭 쥐며
이 불길이 꺼질 때까지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
.
당연히 그녀는 망가진 삶을 살게 된다.
아빠를 죽인 딸,
영화는 왜 그 여자 아이가 아빠를 불에 태워 죽였는지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강간한 아버지,
10
살이 되기도 전에 온통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제는 육체적인 고통은 끝났지만
폐륜아라는 멍에와
그 정신적인 고통에 그렇게
24살의 혐오스러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모습으로
세상을 증오하며 성장한다
.
.
영화는 16살 된 한 여자아이의 실종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한 언론인에게
그녀가 어찌 되었는지 알아 봐 달라는 의뢰로 시작된다
.
드러나는 진실에서 실종된 여인 역시
아버지와 오빠의 짐승 같은 짓에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행방을 감추면서
40년을 그렇게 세상에 흔적을 지웠다.
.
그러면서도 그 세월 동안 자신을 걱정하며 친딸처럼 돌보아 주었던 삼촌에게는
그녀의 유일한 흔적
마른 꽃을 액자에 담아 매년 보내 주고 있다.
이제 죽음을 앞둔 삼촌은 그룹의 상속자로 예뻐했던 그녀를
또 다른 욕심 많은 가족들 중 누군가가 죽였을 것이라며
열혈 언론인에게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진실을 밝혀 달라며 청한 것이다
.
.
영화도 영화지만 내게는 언론인을 도와 실종된 여인을 찾게 되는
검정 가죽 옷의 온통 혐오스러운 여자에게 눈길이 더 쏠린다
.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아버지의 성적(性的)인 폭행과
드디어 그를 불로 태워 죽임으로 현재의 전혀 스물넷 여자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에서
,
세상이 온통 잿빛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고역인 것이 그녀의 삶이다.
.
그런 그녀가 어떤 계기로 그 정의로운 언론인의 뒷조사를 하게 되면서
뭔지 모를 묘한 끌림에 그를 지켜보게 되고
,
그 남자가 벽에 막혀 고민하고 있을 때는 그이를 대신해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그녀 답지 않아 보인다
.
.
그리고 그 정보의 출처를 찾아 온 남자와 마주했을 때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외형이 그로테스크한 것과는 다른
이 여자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생소한 표정이다.
그녀의 무표정 속에서 어떤 밝은 생기를 느꼈다랄까.

.
그 후 함께 사건을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비로소 우울한 화면에서 밝은 색 톤으로 바뀌어 간다
.
평생을 살면서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없는 여자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마음이 끌리는 남자 앞에서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
그리고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 답답함에 애꿎은 담배만 쉼 없이 피워 물고 있다.
남자는 그렇게 고민하는 여자의 아침을 준비하며
시종 기다림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
.
한 이불을 덮던 날에는 사랑을 나누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여자의 모습에서
온통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
위험에 빠진 남자를 살리기 위해 골프채를 휘두를 때도
결코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다
.
그리고 남자가 감옥에 있는 동안 그를 모함에 빠뜨린 세력을 쫓아가
그 뒷조사를 하고 그 자료를 남자에게 전하면서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마치 훔치듯 키스를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빼는 모습에서는
나도 덩달아 부끄럽게 미소짓게 되는 것이
그녀가 그 아픈 날들을 서서히 벗어던지고
비로소 사랑을 시작했음에 감사드리게 된다
.
.
.

세상에는 여전히 아픈 사람들이 많다.
평생을 말 못할 고통에 그녀가 그랬듯이
자신을 온통 흉측한 모습으로 뒤덮고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로를 벌주며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치유되지 않은 채
누구도 껴안아 주는 사람 없이 마치 그녀만의 잘못인양 낙인을 찍었다
.
.

영화 속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배우지도
,
배워 본 적도 없는 사랑을 스스로 알아 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가 남았지만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이가 있어
그녀는 힘차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으리라
.
그리고 여전히 많은 상처와 고통을 간직한 사람들 역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서서히 닫혔던 마음을 열고 밝은 빛 아래서 씩씩하게 세상을 걷게 될 것이다
.
그렇게 되기를 그이들을 위해 소망한다.
.
이 상처투성이 여인이 그녀의 사랑을 찾아 가는 좌충우돌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짓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면서
어떤 아릿한 감정들에 계속해서 그이들을 위해 기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