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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색깔론 본문

매일의 양식

색깔론

해피제제 2012. 3. 2. 08:23

1독서 

악인도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를 버리고 돌아서서,
나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그가 저지른 모든 죄악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자기가 실천한 정의 때문에 살 것이다.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 주 하느님의 말이다.
악인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복음말씀 

자기 형제에게 바보!’ 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 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단상 

며칠 전 식탁 대화에서는 곰 아저씨같은 형제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4-5
년 후배 수사님들과 함께 사는 것도 복인 것이
아직은 사제서품을 받은 선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까마득하지도 않으니
별 무리 없이 자기네 식탁으로 초대하곤 한다
.
.
그래서인지 거리낌 없이 흉험을 털어 놓으며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역시나 한 형제를 다구리(?) 치는..)
같은 형제를 얼르고 달래는 모습이
(참고로 31의 상황에서 셋은 그의 1년 선배다)
유쾌하기도 하면서도 혹시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셋 중에 둘은 또 나이로는 같은 형제보다는 어려서
우리네 정서상 더 나이 많은 후배가 꾹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
.
어쨌든 별로 말이 없고 묵직한 느낌의 형제는
시종일관 자기가 식탁 위에 올려져서 요리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 내색도 없이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아
같다는 느낌이 더욱 그래 보인다.
.
그러면서 어느 틈엔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일본이 식탁에 올랐고,
셋 중 한 수사님이 내게 일본인들의 성품이
개인적이고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데 괜찮겠냐며 야단스럽게 물어 온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별 말이 없던 나도 한 마디를 보탠다.
.
수사님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근데 그걸 다르게 생각해 보면
,
일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절대적으로 존중해 준다고도 말할 수 있지.
사무라이의 나라라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
언제든 결투를 신청하고 칼을 맞댔거든
,
그래서인지 절대 자신의 속내를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아.
괜히 칼 맞고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런 문화가 지속되면서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지 않지
.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존중해 주는 편이야.
이건 긍정적 해석이고, 가끔은 조금 과한 면이 있기는 해.
.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지. 뭐든지 함께해야 하는 문화잖아.
군대문화, 회사문화, 학교문화의 왕따가 나오는 것 까지도,
식탁에서도 별 말이 없는 형제가 보이면 반드시 그 형제에게 말을 하게 만들거나,
노래방에서 별로 노래 부르고 싶지 않아도 분위기 깬다며 어떻게든지 잡아끌지.
또,
그것만 그런가?
술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어코 술을 먹이는 문화잖아.
MT
분위기 깨지 말라며,
이건 또 부정적인 해석이고, 우리도 좋은 면이 많기도 하지.
.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수사님은 밝은 노랑’, 수사님은 잿빛
그리고 나는 따뜻한 아이보리’(였으면 좋겠다는 거야),
이 색깔이라는 게 중립적인 의미야.
밝다는 것은 수사님의 분위기가 밝다는 거야.
그렇지만 같이 살아보거나 깊이 알게 되면
밝음에 다른 색깔들이 더 들어 있겠지.
아픔이 담긴 밝음일 수도 있고,
그 아픔을 극복한 밝음일 수도 있겠고,
마찬가지로 잿빛으로 표현한 수사님?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을 할 것 없어,
그냥 내가 수사님을 볼 때의 느낌이 그렇다는 거야.
잿빛역시 중립적인 의미고,
아마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더 깊은 의미의 잿빛을 포함하고 있을 거야.
내 말에 상처 받지 말아.
.
내가 일본과 일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혹은 앞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공감하고픈 마음
그이들이 그렇게 비쳐졌는지도 몰라
.
나도 전에는 그이들이 차갑고, 자기만 아는,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별반 다름없었으니 말이야,
지금의 다른 시선으로 보니 아마도 이것 역시나 마음의 문제인 것 같애.
.
그러면서 개인의 영역을 쉴 틈 없이 넘나드는 우리네 문화도 볼 수 있었고,
그런 반면에 일본 사람들의 조금은 과해 보이는 개인주의도 이해할 수 있었지.
가기 다른 색깔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거지 틀린게 아니라는 생각이야.”
.
한바탕 그렇게 쏟아 두고 나니 곁에서 듣고 있던 밝은 노랑수사님이
지금까지는 김형욱 수사님의 색깔론이었습니다.” 라며
그 통통 튀는 밝음을 드러낸다
.
.
내가 복도 많지
신학원 공동체로 돌아와서 후배 수사님들을 통해 여러 가지 배우는 게 참 많다
.
.
하느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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