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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수련장의 '본' 본문

매일의 양식

수련장의 '본'

해피제제 2011. 6. 8. 08:32
1독서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복음말씀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단상

올해 4월 한 달 동안 김포 바우네 공동체에서 함께 살았던 베트남 수사님들은
곧잘 나에게 미래의 '수련장'이라며 예언(?)아닌 예언을 하였다.
예수회의 3D 업무 중 하나인 '수련장'이라니 이런 악담(?)이 또 어디 있을까
나는 그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웃고'말았다.

아무튼 그이들이 나를 '수련장감'이라며 치켜 세운 이유는

첫째, 아침 잠이 별로 없어 일찍 일어난다는것
    (당연히 그이들은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둘째, 그런 이후로 아침 미사 제대를 차린다는 것
    (미사는 드려야 하겠고 누군가는....)
셋째, 또 그런 이유로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것
    (사실 내가 저녁 잠이 많다는 건 예수회원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넷째, 항상 무언가를 읽고 끄적댄다는 것
    (혼자사는 수도자가 집에 돌아오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다섯째,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술만 마시면 두통이 생기는데 그걸 알고도 먹는다면 내가 바보지)
여섯째, 온 집안의 운전 봉사(?)를 하는 것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나 아니면 누가 장을 보며 운전을 하나)
일곱째, 남을 위해 시간을 내 준다는 것
    (그이들이 '1달'이니까 가능하지 같이 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겠지)
여덟째, 말 없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는 것
    (매일 영어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해 봐라. 자연스럽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그이들에게 나는 미래의 '수련장감'으로 보였고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전 관구장 신부님과의 식사 때도
사비오 수사가 '수련장감'이라고 한 마디 거들었단다.
그러면서 그 반응도 같이 전해주기를
관구장 신부님은 '조용히 웃기만'하시고
오히려 양성장 신부님이 "그렇지"하시며 맞장구를 치셨단다.

그러면서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빙그레 웃었던 이유는
아직 덜 여문(?) 우리들 양성을 받고 있는 수사들의 눈에는
이렇게 '규칙적'이고 또 '성실해' 보이는 겉모습들에서
자신들의 '수련장'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이들에게 나에게서 풍겨나오는 다른 이유들을 더 캐어 물을 수 있었겠지만
고작 한 달 같이 살면서 내밀한 것보다는 외부적인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상기해 보면
다음에 긴 세월 함께 살게되면 '미래의 수련장'이라고는 감히 말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7년째 같이 살고 있는 동기 수사님은
같은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한마디 볼멘 소리를 해온다.

"내가 수련자고 사비오 수사가 수련장이라면 나는 아마 죽고 싶을 거야
제발 농담이라도 그런 말들은 마시기를...한국 예수회 미래를 위해서...
아마도 수련자 여럿 잡을 껄?"

관구장 신부님이 그저 웃음 지으셨던 이유는
'열심히 노력'하며 애쓰며 사는 모습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온유'함에서
'수련장'에 대한 시선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애쓰며 사는 모습들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며 사는 요즈음(?)에
얼핏설핏 그런 느낌들을 받게 된다.

사도직장에서 내가 이것저것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가던 날들에서
함께 하는 이들에게 '그거 괜찮네요, 한번 해보세요'라고 신뢰의 말을 보낼 때
그이들이 더 기쁘게 그리고 더 행복해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의 관구장 신부님이 우리의 수련장이셨을 때
'너도 옳다, 그리고 너 역시 옳다'라며 그 옛날의 황희 정승처럼 
'그래! 한 번 해봐'라며 수련자들이 청하는 모든 것에 '먼저 허락' 하시고
그 후에 겪게 되는 것들에서 또 '새롭게 배우기'를 초대하셨으니
그분의 수련방식이 새삼 다른 의미로 전해 진다.
전임 관구장 채준호 신부님의 표현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다 하는' 그런 방식 말이다.  

아무튼 오늘 베트남 수사님들의 '수려장감'이라는 말이 올라와
내가 생각하는 '수련장감'에 생각이 더해져
미래의 일은 하느님이 하실 일이고 그것은 내 알바 아니니
어느새 환해진 아침 햇살처럼 오늘도 빛나게 살아 볼 일이다. 
그래서 그분은 그분이 하실 일을 하면 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될 일이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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