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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여성사제직에 관하여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여성사제직에 관하여

해피제제 2014. 6. 10. 11:05

 

여성사제직에 관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사제 서품'에 관하여

수도자로서 모르쇄로 일관할 수 없는 문제다.

본인 역시 사제 지망 신학생으로 그것에 대해 입장 밝힐 것을 요구 받는다.

 

먼저, 원칙적으로 나는 '여성사제 서품'에 동의한다.

현대사회에서 어느 간 큰 이가 여성을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

부당한 '차별'로서의 '여성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교회 역시 '여성사제 서품'에 대해서

이제껏 '차별'이라는 인식에서 접근해 본적이 없다.

아니 '사제서품'이라는 것에 '여성'이라는 性을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기에

현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교회가 여성을 차별하기 위해 남성에게만 서품을 허락했다'라는

'여성 차별로서의 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에 있어서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고

차별로서의 여성을 대하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면

교회도 '여성사제 서품'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주장에 대해서

 

맞다. 여성이 사제로 서품될 수 있고 언젠가는 틀림없이 그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이제껏 '여성'이라는 性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였다면

이제는 가톨릭 교회 역시 그런 시대가 올 것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 내가 '여성사제 서품'에 찬성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것이 '지금, 당장' 실행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다.

이와 같은 인식이 교회 전체에 충분히 퍼지고 공감되는 '어느 날'

전 교회가 결정할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님을 비롯해 교회법적으로 책임을 맡으신 분들이

이와 같은 여론을 보고 결정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아니다.

'그렇다'라고 보았다면 보편 가톨릭 교회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방금 '보편 가톨릭 교회'라는 말을 사용했다.

여기서 잠깐! 모두의 이해를 돕기위해 '갈라진 형제교회'이야기를 해야겠다.

 

1500년을 이어오던 단일 교회가

'루터의 종교개혁(1525)'으로 나뉘어진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우구스티누스회 수사신부였던 루터는 교회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1500년간 단일교회를 이루었던 가톨릭 교회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예수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하늘로 승천하고

카리스마 떨어지는 12제자들은

고만고만한 인물  가운데 베드로를 수장으로 초대교회를 세운다.

(마태오복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사도에게 지상의 교회를 맡기시는 성구 참조)

 

베드로가 예수님의 지상 대리자로 제1대 교회 수장(교황)이 된 것이다.

그 후로 베드로의 후계자들은 예수와 같은 둘도 없는 카리스마를 대체해

잘 짜여진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것이 바로 '교계제도'이다.

주교, 사제, 부제와 같은 위계제도도 그 중 하나이다.

 

이렇게 교회는 예수의 말씀인 '성경'

예수의 카리스마를 이은 '전통(혹은 전승)'을 양대 축으로 1500년을 이어내려왔다.

당연하게도 '사제, 주교의 서품'도 그런 전통 아래에서

1대 베드로에서 차례 차례로 '전통'으로서 계승되어 온 제도이다.

여기에 '남성' '여성'의 차별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지켜내려온 교회의 '전승'이자 '전통'이었던 것이다.

이런 전통을 두고 교회가 원래부터 '여성차별적' 이었다라는 어떤 주장은

초대교회로부터의 탄생 배경을 보면 조금은 다른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지위 향상과 페미니즘 운동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관점이랄까!

 

다시 돌아가서,

루터는 중세시대에 이제껏 지켜왔던 가톨릭의 '소문자 t들에'에 의문을 제기했고

('교의'와 같이 바뀔 수 없는 대문자 T(Tradition)전통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소문자t(traditions)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교의가 아닌 교회법으로 정한 사제독신,여성사제 등등)

하느님과 개개인 인간이 '직접 통교'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물론 이것이 당대의 많은 이들에게서 지지를 받았고

결국에는 '개신교'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면서 루터와 개신교도들은

베드로를 시작으로 했던 '사도들의 유산' 이었던 시스템 즉 '전통'을 거부했다.

'오직 성경'의 말씀만이 진리이며 그 외의 것들은 거부되어야 할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거룩한 '성찬례' '고해성사'를 비롯한 '성사들'

수도회의 규칙들과 깊은 영성 그리고 아름다운 전례의식, 음악과 건축과 미술 등으로

하느님을 찬미했던 교회의 모든 '전통'들은 필요없는 것으로 단호히 배격되었다.

 

그런데 요즘 개신교 내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초대교회 사도들의 전통과 가톨릭 수도회 영성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신교도들 역시 '전통과 전승'으로 이어내려온 초대교회의 유산에서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선배들이 지켜온 신앙과 그 방식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통(전승)'에 대한 커다란 부침이 그렇게 16세기만에 들끓었고

그 결과 종교개혁과 개신교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톨릭 교회가 지켜온 초대교회로부터의 전통은

그렇게 쉽사리 바뀔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하느님 나라의 지상건설과 영혼구원의 복음화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수의 첫 제자들과 그 시스템을 이은 교회는 그 전통들을 고수해 나간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

50% 이상 '여성사제서품'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있다 해도

그리고 스스로 '여성사제모임'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이 '보편교회'를 지향하는 가톨릭 안에서는 잔잔한 미풍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종교개혁'과 같이 전 교회 내에 광풍으로 전통tradition을 바꾸기를 요구받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무거운 발걸음을 내딪게 될 것이다.

싫든 좋든 그것이 바로 보편 교회를 지향하는 가톨릭 교회인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초대사도교회의 전통을 지켜오면서 용서받지 못할 잘못도 범하고

스스로 약함도 경험하면서, 때론 커다란 비난도 온 몸으로 받아 들이면서

결국에는 형제끼리 등을 돌리는 분열도 서슴치 않으면서

그렇게 부침을 겪어내면서 전통들을 지켜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성령의 움직임에 주위를 기울이면서도

가톨릭 교회가 침묵을 지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문자 전통Tradition과 달리 '소문자 전통traditions'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 교회 안에서 그 발걸음은 늘 무거운 법이다.

 

교회는 늘 대문자 전통들 안에서 소문자 전통들을 바꾸어 왔다.

당대의 '신앙인의 감각'에 적합하다면 바뀔 수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교회는 늘 그 긴장 속에 각 시대와 대화를 시도해 왔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지금'이 아니어도 그 작은 움직임들은

그 언젠가 성령의 활동으로 전 보편 교회에 하느님 선물로 주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료로서 여성사제가 서품된다면,

그리고 사제독신이 풀리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