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오래 살 팔자 본문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말씀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봤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단상
아농씨와 원비판씨는 한 공장에서 6년을 일했다.
고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사장님께 퇴직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돌아 온 건 원색적인 욕 뿐이었다.
이들이 이웃살이를 찾아 온 용건을 이야기하고,
공장 측 사정을 듣고 퇴직금 주기로 한 날짜를 받아냈다.
그리고 입금 날짜를 기다렸다가 귀국 비행기를 연장하고
그래도 주지 않기에 노동부에 진정을 했다.
결국 마지막 가는 날까지 애를 먹이더니 이제는 다른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미룬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용했던 물건 일체를 정리하고 떠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겠단다.
공장 실무자 말론 '그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공장 측에서도 끝까지 애를 먹일 거' 란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이들이 살았던 공장에 찾아갔다.
그리고 이것저것 그이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차에 싣고 이웃살이로 돌아왔다.
그런데 또 연락이 오길 그이들이 설치한 커다란 원반형 안테나를 떼가지 않았단다.
또 부랴부랴 고물을 다루는 봉사자 형제님을 섭외해서 공장으로 향했다.
2츧 컨테이너 높은 곳에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튼튼히도 매달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이나 실갱이 끝에 비행접시 같은 안테나를 철거하고
그이들이 사용했던 냉장고와 가구 온갖 잡기들을 끌어 모으니 또 한 트럭 분량이다.
속으로 해도해도 너무 한다 라는 작은 원망이 이는 것는 어쩔 수 없다.
온갖 쓰레기는 물론이고 오른뺨까지, 십리를 그리고 속옷까지 내어주었다.
그러면서도 공장 측 사람들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시선이다.
‘뭘 좀 아시고 외국 사람들을 도와주어도 도와주라’는 야멸찬 배웅을 받는다.
내게 하는 욕설은 아니지만 간간이 아농씨와 완비파씨를 향한 저주스런 말들은
곧 내게도 들으라는 소리다.
뭐 한 두 번 당하는 것이 아니니 배만 부를 뿐
이렇게 욕을 실컷 얻어먹으니 오래오래 살아갈 팔자인가 싶다.
이것저것 트집을 잡다가 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자 퇴직금으 지급해 준다.
돌아오는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어르고 달래며
‘무서워하지 마세요 두려울 게 뭐가 있나요 내가 함께 있잖아요' 한다.
'두려워 말라, 나다, 용기를 내어라'
이 말은 내 자신을 위해서도 되뇌이는 기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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