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염치', 부끄러워하는 마음 본문

매일의 양식

'염치', 부끄러워하는 마음

해피제제 2011. 9. 30. 07:19
1독서

주 우리 하느님께는 의로움이 있지만,
우리 얼굴에는 오늘 이처럼 부끄러움이 있을 뿐입니다.
유다 사람과 예루살렘 주민들 우리 임금들과 우리 고관들과 우리 사제들,
우리 예언자들과 우리 조상들에게도 부끄러움이 있을 뿐입니다.


복음말씀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벳사이다야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단상

이웃살이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매해 체육행사를 열고 있는 대곶중학교에는
아주 재미난 교훈이 본관 건물 상단에 내걸려 있다.

'친애, 정성, 염치'

언젠가 교장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여쭈었다.
'제가 친애, 정성은 이해 하겠는데 "염치"라는 교훈은 굉장히 생소했습니다.
왜 이런 교훈을 정하셨나요? 그리고 어느 분이 지으셨는지요?'

학교가 설립되고 얼마 안 되어 한 분 선생님이 지으셨단다.
지금껏 바뀌지 않고 내걸려 있는 것을 보니 모두가 공감하는 듯하다.
그리고 나 역시 보면 볼수록 뜻이 남다른 것이 전해주는 것이 많다.

오늘 1독서를 읽다가 문득 '염치'라고 새겨진 대곶중학교 교훈이 생각났다.

'염치, 부끄러워하는 마음'

중학교 도덕 시간 혹은 학생이었을 무렵 머리에 새겨진 이야기들,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듯이 배운 적이 있다.
그런 게 바로 '염치' 있는 행동이다.

길에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공공 장소에서는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행동을 바르게 하라는 이야기,
함부로 침을 뱉거나, 무단횡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웃어른을 공경하고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서울에서 돌아오는 좌석버스 버스 안에서 
버스가 급정거 하는 터에 젊은 아가씨가 나동그라지는 일이 있었는데
편안하게 앉아 있던 나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얼른 일어나서 아가씨를 살피고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던 그 소심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부끄러워하는 마음' 일었는데 그 후 자리를 양보하기까지의 '용기'는 차마 일지 않더라
그래서 도착하는 내내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용기 없는 행동' 속에
마음은 이미 가시방석에 어쩔 줄을 몰라하던 모습
이 부끄러운 사람이 나라는 것,
그리고 이런 부끄러움은 얼른 머리에서 잊고 있었는데
이 아침 누군가 짓궂게도 알려주신다.
 
오늘 하루는 '염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한다.

근데 그 아가씨는 또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매일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를 바라기에 해바라기다  (3) 2011.10.02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걸까  (1) 2011.10.01
오래 살 팔자  (1) 2011.09.29
야옹아 미안해!  (2) 2011.09.28
함께 살아감  (0) 201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