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왜 하필 당신에게.... 본문
1독서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복음말씀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단상
그녀는 머리 숙인다.
유순한 태도로, 그러나
밑으로 떨어뜨린 그녀의 눈길은
천사에게 묻고 있다. 왜
이 로맨스
내가?
- 사무엘 메나쉬의 <수태고지>에서
'습'이란 무서운 것이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러 갈 때면 늘 성모님 상 앞을 지나가게 된다.
모두들 발을 멈춘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다.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내게는 낯설기만 한 풍경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터에
(참고로 나를 길러주신 분은 목사님이시다.)
성상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절 하는 행위는 '우상'을 숭배하는 행위라는 뼛속 깊은 가르침은
지금 천주교 신자가 되어서도 '성모님상' 앞에서는 늘 복잡한 상황이다.
대신 발을 멈추고 잠시 짧은 기도를 바친다.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하얀 석고의 반들반들한 우윳빛 성상은 낯설다.
칠이 더해진 하늘색 옷에 베일을 쓰고 아름답게 조각된 그 모습은
귀부인같은 모습에 왠지 어색하다.
내 기도의 어머니는 늘 거친 질감의 그러나 정갈하게 갖춘 모습으로
태양을 가득 받은 구리빛의 건강한 혈색이다.
유태인이 하얀색 피부가 아닌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먼지가 풀 풀 날리는 터에
늘 얇은색 햇빛 가리개용 스카프를 걸치며 먼지가 내려 앉은 옷차림이다.
가냘프지만 억척스런 삶의 모습이 그대로 손과 발에 새겨져 있다.
예쁜 손, 아름다운 피부를 가꿀 시간이 없다.
빳빳한 머리결(?)에 언제든 먼지를 툴 툴 털고
유쾌한 발걸음으로 이리저리 잘도 다닌다.
'하느님의 사람이 되셨다'는 이 어머어마한 로맨스의 주인공은
암울한 로마 제국 속국의,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그래서 배운 바 없고, 온갖 가사일로 거친 손과 발을 지닌
그러나 '왜?'라는 '희망'을 품은 명랑한 처녀다.
이 아침 유대 시골의 한 소녀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왜 하필 당신에게...'
성모님은 숨은 이야기들을 소근대며 들려 주신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복음말씀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단상
그녀는 머리 숙인다.
유순한 태도로, 그러나
밑으로 떨어뜨린 그녀의 눈길은
천사에게 묻고 있다. 왜
이 로맨스
내가?
- 사무엘 메나쉬의 <수태고지>에서
'습'이란 무서운 것이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러 갈 때면 늘 성모님 상 앞을 지나가게 된다.
모두들 발을 멈춘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다.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내게는 낯설기만 한 풍경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터에
(참고로 나를 길러주신 분은 목사님이시다.)
성상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절 하는 행위는 '우상'을 숭배하는 행위라는 뼛속 깊은 가르침은
지금 천주교 신자가 되어서도 '성모님상' 앞에서는 늘 복잡한 상황이다.
대신 발을 멈추고 잠시 짧은 기도를 바친다.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하얀 석고의 반들반들한 우윳빛 성상은 낯설다.
칠이 더해진 하늘색 옷에 베일을 쓰고 아름답게 조각된 그 모습은
귀부인같은 모습에 왠지 어색하다.
내 기도의 어머니는 늘 거친 질감의 그러나 정갈하게 갖춘 모습으로
태양을 가득 받은 구리빛의 건강한 혈색이다.
유태인이 하얀색 피부가 아닌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먼지가 풀 풀 날리는 터에
늘 얇은색 햇빛 가리개용 스카프를 걸치며 먼지가 내려 앉은 옷차림이다.
가냘프지만 억척스런 삶의 모습이 그대로 손과 발에 새겨져 있다.
예쁜 손, 아름다운 피부를 가꿀 시간이 없다.
빳빳한 머리결(?)에 언제든 먼지를 툴 툴 털고
유쾌한 발걸음으로 이리저리 잘도 다닌다.
'하느님의 사람이 되셨다'는 이 어머어마한 로맨스의 주인공은
암울한 로마 제국 속국의,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그래서 배운 바 없고, 온갖 가사일로 거친 손과 발을 지닌
그러나 '왜?'라는 '희망'을 품은 명랑한 처녀다.
이 아침 유대 시골의 한 소녀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왜 하필 당신에게...'
성모님은 숨은 이야기들을 소근대며 들려 주신다.
'매일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다반사 (3) | 2011.09.10 |
---|---|
땅의 축복 (0) | 2011.09.09 |
어머니의 기도를 청하며... (4) | 2011.09.07 |
한 길 곧게 가라신다 (4) | 2011.09.06 |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다. (9) | 2011.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