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한 길 곧게 가시다 본문
3월 마지막 날 어른 신부님 한 분이 하늘로 돌아가셨다.
죤 클락손, 93세. 사제로서 예수회원으로서 73년을 하느님을 섬기셨다.
30여명 정도의 간소한 배웅이었다.
오늘이 일본의 회기년도이자 새로운 학년도인 까닭도 한몫했을터
게다가 성주간 시작이라 장례미사는 다음 주로 연기되었고 먼저 화장을 하기로 했다.
작년 나가사키에서 아루페먼쓰라는 한달 간의 서품 전 실습을 하면서
그곳 공동체에서 신세를 졌던 인연이다.
도쿄의 로욜라 양로공동체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며
평생을 사도직장으로 여기신 나가사키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러면서도 서품을 앞에 둔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평생의 삶을 나누어 주시고
몇번이나 했던 말을 반복하시면서도 아기 같은 웃음을 지으셨던 귀여운 분이셨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늘 졸음을 이기지 못하시던 모습이 또 그렇다.
로욜라 공동체에서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처럼 거의 하루종일 주무셨다는....
로욜라 공동체 정원의 만개한 벗꽃이 꽃비가 되어 떨어지는 사월의 첫날
신부님도 그렇게 핑크빛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사랑하는 분 곁으로 떠나셨다.
다리를 저시는 분, 휠체어를 타신 분, 느릿느릿 거북 걸음으로 나아가시는 분,
어깨 보다 아래로 머리가 쳐진 분, 간병인의 손에 의지하시는 분
저마다 두 손에 꽃 송이를 가져 두고 한 참을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 모습 때문에 지켜보는 이도 괜히 마음이 짠해 진다.
한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흔들대며 걸어왔지만
그 마지막이 십자가 밑이라면
바로 그 한 가지 만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않을까.
제대 앞에 웃음 짓는 신부님의 영정 사진이 '그렇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가미사쿠지 수도원 전경
가미사쿠지 예수회 공동체에는 로욜라 양로공동체를 비롯해 수련원, 피정집,
죠치대학교 신학부 캠퍼스 및 도서관 등 여러 공동체가 모여 있다.
로욜라 양로원 공동체
로욜라 공동체의 경당 십자가 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계시는 클락손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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