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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BTS에게는 있고, 교회에게는 없는 것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BTS에게는 있고, 교회에게는 없는 것

해피제제 2019. 6. 18. 00:31

Sevilla Catedral 세비야 대성당을 가득 채운 관광객들

 

BTS에게는 있고, 교회에게는 없는 것

 

학기를 마치고 이곳 마드리드 코미야스에서 공부 중인 한국인 신부님들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을만큼 빡센 학사 일정에 오랜만에 모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솔 광장 근처의 ‘사천반점’에서 역시나 한국 사람답게 매콤한 음식을 시켜 두고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일행 중 한 신부님은 마드리드 외곽의 6명으로 구성된 작은 공동체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도원이 지역 성당을 겸하고 있어서 신부님은 요즘 청년들의 교리수업도 담당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에게 교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교리반에 친구들이 있어서 성당에 찾아 오기는 하는데 그래서 교리 시작 전 서로에게 공통된 관심사들에는 눈을 반짝이며 생기가 가득한데 정작 수업이 시작되고 하느님과 그분의 가르침에 대해 전하려고 할 때는 ‘지루하다’, ‘관심없다’ 라는 표정에 그렇지 않아도 말이 서툰 신부님을 잔뜩 힘 빠지게 한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관심을 가질만한 활동과 행사로 청년들을 꼬셔(¿)보지만 그것도 즐겁고 재미있을 때만 반짝, 다시금 교리수업시간에는 무표정, 무응답, 무생기 라니 참으로 힘이 빠질만도 합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교리를 받는 청년 중 한 젊은이가 한국의 보이그룹 ‘BTS’의 광팬이라면서 일곱명이나 되는 멤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말로 된 그이들의 노래도 발음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이곳 스페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 웸블리 경기장까지 날아가 BTS의 공연을 보고 왔다고 합니다.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BTS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정말이지 어쩌면 그렇게 생기가 있어 보일까, 이 청년이 교리 시간의 그 무표정했던 청년이 맞기는 한건지 참으로 놀라운BTS 선교(?) 효과가 아닐 수 없다고 부러움을 전합니다.

 

그래서 그 청년에게 BTS가 어디가, 무엇이 좋은지를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그냥 다 좋다’라는 아리송한 대답입니다. 그러면서 청년은 덧붙이기를 그이들의 노랫말 가사의 메시지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여 주는 일상 삶에서의 좌충우돌하는 모습,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게다가 그이들이 삶에서 내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음식 먹는 것도 잊고 이렇게 열변을 토하던 신부님은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에게 숙제 거리를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교회를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분의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자꾸만 고령화 되어가는 우리 교회는 어떻게 교회가 생기 가득한 사랑의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왠지 이 물음들 앞에서 선뜻 답을 찾지 못하던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래서 연예인 사목이 필요한 거야” 라고 농담처럼 웃어 넘겨도 보고, 또 누군가는 “김연아 선수가 묵주 반지를 끼고 활동 했듯이 BTS들에게도 묵주반지를 끼게 하면 그이들의 팬들 역시 관심을 가질거야”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신부님은 “교회가 ‘진리의 담보자’라는 오만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너희들이 이 진리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거야’ 라고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매일같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우리의 하느님과 그 가르침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그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청소년들의 삶의 자리로 내려올 필요가 있습니다” 라며 그 자신의 오랜 고민을 살짝 내비치기도 합니다.      

    

그 후에도 우리들은 한참이나 청년들이 찾지 않는 교회,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교회, 습관처럼 찾는 미사와 성사, 고리타분해 보이는 교리와 가르침, 일년에 두 번 부활과 성탄 미사에 연례 행사하듯 참석하는 신자들, 제대 위 현학적 강론에 팔짱을 낀채 무표정히 앉아 있는 모습들, 고차원적인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진리를 배우는 신학생들, 교회를 외면하게 만드는 이러한 원인을 이미 밝혀진 교회 진리 안에서 찾아내려 하고 그래서 그렇게 연구한 신학적 결론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신학자들, 청소년들이 당면해 있는 수많은 고민들과는 어딘지 달라도 너무 다른 교회가 내놓는 해결책 등 등 이러한 교회의 치열한(¿) 노력에 청소년들은 단 한 마디로 무화시키고 맙니다.

 

“so what? 그래서요,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1) 어쩌면 그이들의 삶에서 하느님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조금더 심하게 표현하면, 청소년들은 성당에서 수도성직자들에게서 그리고 하느님에게서 덕(¿)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 다른 곳에서 각자가 답들을 찾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바로 자신들의 우상인 BTS와 같은 ‘새로운 하느님’에게서 말입니다.

 

청소년들은 그들의 ‘아이돌’, 우상에게서 교회의 하느님에게서 받아 본 적이 없는 ‘위로’를 받습니다. 교회가 주장하는 ‘육화된 말씀’ 보다BTS 멤버들이 전하는 살아 있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나누어 받고, 교회가 주지 못한 희망과 꿈을BTS를 통해 멤버들과 함께 ‘나 자신을 사랑하고’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BTS와 그들의 팬 Amy를 보면 마치 예수님의 복음운동을 보는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을 사랑하듯 너의 벗들을 사랑하라.’ ‘세상 끝까지 이 진리를 전해라’ 처럼BTS를 열렬히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니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BTS의 Amy 팬들은 ‘새로운 말씀’, BTS 의 ‘복음’을 자기 자신을 넘어 세상 끝까지 실천해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물론 자신들이 덕 본 적 없는 교회의 하느님을 뺀다면BTS의 여러 메시지들이 교회의 진리들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터무니없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힘이 있는 메시지입니다.      

 

2) BTS는 청소년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BTS 그 자신들 역시 청소년들과 같은 세대이기에BTS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BTS멤버들의 좌충우돌 실패와 노력 그리고 멤버들 서로가 서로에 기대어 희망과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 듯 합니다. 그렇게 그이들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보면서 같은 고민에 빠진 청소년들 역시BTS에게서 긍정적인 메시지와 에너지를 얻어 갑니다. 그렇게 청소년들은 BTS멤버들과 함께 꿈을 꾸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니 그닥 ‘하느님’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없어도, 교회에서 가르치는 딱딱한 교리가 아니어도, 무척이나 알아 듣기 쉬운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가 죽겠는데, 내 존재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운데, 내가 별로 덕 본 기억도 없는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또 수많은 교회의 가르침들이 나를 숨막히게 하는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주일 마다 꼬박꼬박 미사에 나가서 꾸중을 듣고,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성사를 보고, 계명들을 지켜야 하는가. ‘그것들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교회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청소년들 역시도 우리들에게 위와 같이 질문해 옵니다.

 

3) ‘진리의 담지자’인 교회는 이 모든 것 역시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분의 계획임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이 모든 현상에 일희일비 할 것이 없으며, 그런 까닭에 그이들이 언젠가는 이 진리들을 알아듣게 될 때 자연스럽게 교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교회의 자신감이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이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성찰해 봅니다. 단촐한 신자들은 대성당 한 켠에서 미사를 드리지만, 입장 전부터 길게 줄 지어 서 있던 관광객들이 웅장한 대성당 곳곳을 거침없이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서구 교회의 현실이 그래 보입니다.

 

4) 앞에서BTS를 ‘새로운 하느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교회의 하느님은 고리타분하고 생기없는, 그리고 내가 한 번도 덕 본 적이 없는, 나랑 상관 없는 하느님인데 반해 BTS는 살아 있는 하느님인 모양입니다. 자신들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고민을 하며, 같이 좌충우돌 고군분투 해가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느님인 것입니다.

 

BTS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이들이 울면 나도 울게 됩니다. BTS들의 생생한 일상을 나누어 받아 보면서 멤버들이 자신들 처럼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에 안도해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BTS들이 ‘너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자’라고 하면, 모든 Amy팬들이 자기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더 나은 나로 태어나기 위해 또 그렇게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기를 시도합니다. 교회에서 말하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의 공생활’의 모습을BTS와 그이들의 팬 Amy를 통해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Amy들에게는BTS가 보고 만질 수도 있고, 울고 웃을 수도 있는 눈에 보이는 ‘새로운 하느님’인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이런 멋진 하느님이 있다면 굳이 먼 곳 나랑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교회의 하느님은 그냥 지금처럼 대성당에 머물러도 되겠습니다. 피와 살로 된 언제나 만질 수 있는 생기 넘치는 하느님이 옆에 있는데 먼 곳 글자로 죽어 있는 하느님은 지금처럼 나랑 상관 없이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내 하느님이랑 넘어지고 깨어지면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꿈과 희망을 세상에 전할 테니, 안 그래도 무거운 내 삶에 더 무게 지우지 말고 ‘교회의 하느님은’ 지금처럼 교회에 머물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불교, 개신교, 이슬람교  등 등 수많은 종교처럼BTS라는 하느님과 그 신자들인Amy와 함께 이렇게 종교 생활 해 나갈 테니 교회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상관없이 당신들의 ‘언어’로 하느님의 진리를 이야기하면 될 일입니다. 여전히 ‘하느님 진리의 담지자’를 자처하며 언젠가 ‘때’가 되면 청소년들이 교회의 ‘언어’를 알아 듣게 될테고 그래서 교회로 향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교회의 언어’로 이야기 하시기를... .

 

5) 제 부족한 식견으로도 BTS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닮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사랑, 평화, 인류애, 공동선, 희생, 자기 앎 등 등’ 넓은 의미의 같은 ‘진리’를 말하는데, 왜 BTS의 공연장에는 수십만의 팬들이, 그것도 비싼 돈까지 들여가며 찾아 가고, 반면에 교회에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든지 우리 교회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공부 중인 신부님들과 식사를 나섰다가 갑자기 커다란 질문을 받고 평소 보다 더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이 모든 것들에 더 많은 지혜들이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사목자들은 물론 교회의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이러한 현상들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분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사랑이신 하느님, 당신의 백성들에게 지혜를 더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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