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Camino Primitivo 8: Castroverde > Lugo 본문
팔일째, 목적지는 Lugo이다.
지난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니키와 컵라면을 나누어 먹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한 번도 니키를 만날 수 없었다. 그이는 어디쯤 걷고 있을까?
까미노 쁘리미티보 루트를 소개한 친구가 루고에서는 하루쯤 머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도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예술미를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일정상 하루를 더 머무는 것은 좀 그래서 어제 까스트로베르데까지 거의 40킬로미터를 걸었다.
루고에 15킬로미터를 걸어 평소 보다 일찍 도착해 반나절 동안 도시를 둘러 보기 위해서이다.
루고에 도착해서는 아직 알베르게가 문을 열지 않았기에(보통 오후 1시부터 접수를 받는다)
루고 대성당과 시내를 돌아 다녔다.
순례자의 도시 출입이 그이들에게도 신기했는지 언뜻 언뜻 시선들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 옷 차림을 비롯해 허름한 순례자의 외모가 그이들의 눈길을 끌었나 보다.
마켓에서 알베르게에서 먹을 맥주와 과일을 샀다.
그리고 이 지역의 특산요리인 문어와 맥주를 광장이 바라 보이는 파라솔 아래 한가로이 앉아 먹었다.
루고 대성당에서는 순례자들을 위한 특별 축복 미사를 성가와 함께 아름답게 드려 주었다.
오랜만의 도시 출입이라 세련된 사람들, 깔끔한 젊은이들, 쇼윈도의 도시 문명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되었다.
# 단상: 까미노 순례의 부작용(?)
일주일간 바람 냄새, 나무, 꽃, 들, 산 냄새로 자연을 벗 삼아 다녔더니,
그런 산 길을 오르내리며 평온한 시골 마을들을 만깍했더니,
그렇게 소, 말, 강아지, 고양이, 염소, 양떼 동물들만 만나고 다녔더니,
오랜만에 들이 닥친 제법 큰 규모의 도시인 Lugo가 입구부터 엄청나게 커 보였다.
갑작스런 쇼핑 거리, 잘 차려 입은 사람들,
야외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오직 나만 땀내 나는 옷과 먼지 투성이 신발, 피곤한 얼굴, 깎지 않은 수염,
정리 되지 않은 머리와 옷차림으로 나무 지팡이를 들고 허름한 모습인 나는,
생긴 것부터 동양인에 영락 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그이들의 시선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시선도 시선이지만 오랜만의 문명 사회에 어색해 하는 내 모습도 신기하다.
겨우 일 주일, 오직 산과 들로만 걷다가 이렇듯 문명에 둘러 싸이니
눈도 마음도 온통 적응이 안될 지경이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산으로 들로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세련되고 풍성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속할 곳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겨우 일 주일, 그 짧은 시간에 도시 삶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니
까미노 순례의 또 다른 부작용(?)인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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