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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Camino Primitivo 6: Grandas de Salime > Fonsagrada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Camino Primitivo 6: Grandas de Salime > Fonsagrada

해피제제 2019. 8. 2. 05:10

까미노 중에 만난 최연소 순례자들, 가브리엘과 안나 (루마니아)

 

 

육일째, 목적지는 Fonsagrada.

 

2 45분에 일어났다. 누군가의 코골이에 잠을 깼다.

휴게실에 앉아 밀린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한명씩 일어난다.

그러더니 사람이 5시에 출발을 하는 것이다. 마드레 미아!

 

나도 로사리오를 기도하면서 새벽길을 출발했다한참을 그랬다.

묵주기도를 마치고 글로리아를 스페인말로 되뇌어 보았다.

입에 붙지 않았던 터에 완전히 입에 붙이게 되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으로 완전히 길을 잃었다. 시간을 헤맸다.

카스트로를 지나서 박물관 근처를 지나면서 넓은 평지에서 길을 잃은 싶다.

생각에는 왼쪽이었으나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흰색빨강 페인트 표시가 있던 오른쪽으로 향했던 것이 원인이다.

오른쪽으로 산길을 돌아 A28 국도를 찾아 나섰다.

결국은 만나게 되어 있으니 걱정은 조금 덜 했지만 처음으로 이렇게 시간 가까이 표시 없이 길을 걸었다.

그래도 까미노를 하면서 여러 번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인지 

아니면 길을 찾던 가락이 붙으니 인지 생각보다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만나는 이들에게 모두 '부에노스 디아스, 부엔 디아, 부엔 까미노!' 라는 인사를 건넸다.

인사는 하면 할 수록 나도 그렇지만 상대방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또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덕분에 오늘은 인사를 많이한 하루다.

 

도중에 커피와 '산티아고 빵'을 먹었다. '산티아고 빵' 이라니....

'야고보 성인'의 이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만 있는 것이 아닌 빵까지 존재한다.

 

폰사그라다의 6유로 시립 알베르게는 시설이 엄청 좋았다. 도시가 가까워서 그런걸까.

 

모두와 함께 '오늘이 메뉴' 점심을 먹었다.

또 그렇게 식사에 곁들여진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2시간 동안의 긴 식사와 함께 오후 한가한 여유를 만끽했다.

 

 

 

# 단상

 

오늘도 코골이에 잠을 깼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전적이 있던 그 부부를 이곳에서 다시 만났을 때

‘오늘 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다행이라면 오늘은 새벽 2시 반을 넘겼다는 것이다.

4시간 조금의 잠이라 여전히 피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피로가 짙어지면 다시금 잠을 이룰 수 있겠다.

 

갑자기 불을 켜 버리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그렇게 다른 순례자들이 잠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에게 살짝 미운 마음이 올라왔으나

그이들의 발걸음에 기도를 더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 마음들을 이해하고픈 마음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나 또한 언젠가는 이르게 소란을 피울테니 그것으로 퉁치자고 한다.

분명 언젠가는 다른 부지런한 이들 때문에 이이들 역시 선잠을 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이들을 향해 원망을 담아 보내리라. 그러하리라.

 

혼자 일 때는 몰랐으나 함께 다니다 보니 내 새로운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된다.

그 동안 수도 생활하면서 나는 또 그렇게 내 공간을 찾아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 이웃 형제들을 위해, 하느님을 위해 살겠다더니

그 어느 사이엔가 나는 또다시 내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까미노, 사람들 속에서 계속 얽히고 설키면서 또 그렇게 알아 듣게 된다.

 

이유인 즉슨, 동행했던 순례자들이 맥주 한 잔 더 하자는데

내일을 위해...아니다 코골이가 시작 되기 전에 잠을 청하기 위해

그이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울 때 나는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잠자리에 든다.

 

한 가지 핑계를 대보자면,

눈이 떠 질 때, 그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고 친절을 담아 인사를 건네겠다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이들의 삶의 방식이 나와 다르지만 또 같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이들에게 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청한다.

고단한 이들, 저 우렁찬 코골이에도 꿋꿋이 잠 들어 있는 이들은

또 얼마나 축복을 받은 것일까?

 

모든 순례자들에게 나의 하느님 그분의 축복을 빈다.

 

 

순례자들은 하루 한 끼 정도는 Menu de día '오늘의 메뉴'를 먹는다. 가격은 10-12유로 정도로 싼 편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느새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와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온 레나(엄마)와 두 아이, 가브리엘과 안나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노 부부와 당나귀 수레,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풍경이다

 

 

 

 

 

 

 

 

 

폰사그라다 알베르게 앞에 있는 마을 성당, 이곳에서 멋진 순례자 도장도 받았다.

 

 

폰사그라다 마을의 시립 알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