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MAGIS 본문
세계청년대회 준비로 '마지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다 | ||||||||||||||||||||||||
[세계청년대회 후일담-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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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편지를 몇 번째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무어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는 채 조심스러운 마음만 남았습니다. 당신의 두 귀에 제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세계청년대회 소식과 그 준비 프로그램인 마지스의 소식을 들려드리고자 글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하나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어떤 장소나 어떤 프로그램이 우리의 하루를 새롭게 만들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기회를 제공할 뿐이니까요. 누군가와 마음으로 나눈 대화 혹은 표정들이 그 하루를 특별하게 기억 속에 새겨놓는 것은 아닌지요. 그런데 우리는 한국에서도 다른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서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20여일을 생활했습니다. 자신과 다른 이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발견하게 했던 이 멋진 체험은, 우리가 종일 함께 지내야하기에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처럼 더 이상 자신을 감출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타인의 한계이고 또 그로인해 쉽게 평화를 잃어버리는 나의 한계인 듯합니다. 그래서 이 여정은 부끄러이 드러낸 나의 비참함으로 어찌할 수 없는 타인의 비참함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천막에서 생활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인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면서 상대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고, 웃고, 안아주던 시간들은 앞에 서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눈부신 빛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제 드릴 말씀은 거의 다 드린 셈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글을 마치기는 아쉬우니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하느님의 사랑을 더 크게.. 한국에서는 이번에 35명이 처음으로 마지스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35명으로 이루어진 한국 마지스팀은 5월부터 마지스와 세계청년대회 준비모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참여할 마지스와 세계청년대회에 관한 안내를 듣고, 노래를 배우고,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소그룹별 기도모임도 가졌습니다. 우리는 마지스 준비여정 동안, 12단계의 성찰 기도문을 통해서 마음을 준비하고 나눔을 통해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세계청년대회가 스페인에서 이루어지는 덕분에 세계 전역에서 온 3,000명 가량의 청년들은 로욜라 이냐시오의 생가에 지어진 성당에서 모였습니다. 제가 우여곡절 끝에 로욜라에 도착하니 햇빛을 어깨에 드리운 이냐시오 성인의 동상이 입구에 서서 순례객인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낮에는 미사와 친교 프로그램이 열리고 저녁에는 각국의 공연이 펼쳐지는 페스티발이 진행되었습니다. 성당에서는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면서 찬양을 올리고 있었고, 성당 안에서는 떼제 성가가 나직이 흐르는 가운데 성체 조배와 고해성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성체 앞에 고요히 무릎 꿇은 각국의 청년들, 저는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침묵 속에서 어떤 울림이 전해진다고 느꼈습니다. 대성당의 고요한 묵상과 마당의 신나는 찬양과 춤, 침묵으로든 노래로든 그들은 말과 생김이 달라도 우리가 이곳에 한 마음으로 모였음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사흘은 빠르게 지나고 파견미사에서 예수회 총장신부님은 ‘마음의 소리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고 계신가’라는 질문으로 통한다고요. 그리고 또 다시 이 질문은 ‘어떻게 타인들을 대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과 함께 일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한 질문을 던질 때 베드로 사도처럼 예수님을 따라 물 위를 걷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이 말씀은 이후 각 그룹이 이냐시오식 체험을 위해 파견된 장소에서 늘 기억해야만 하는 성찰 주제였습니다.
이냐시오식 체험을 위해 루르드로 떠나며 오스트리치 수녀님 두 분과 예수회 신부님 한 분이 저희 팀을 맡아주셨습니다. 이렇게 25명가량으로 이루어진 한 팀의 친구들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일하고 순례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특히 말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빡빡한 일정 그리고 안락하지만은 않은 환경을 공유하면서 스물 네 시간 동안 붙어있게 된 셈이에요. 또 저희 이웃 팀이 있는데요, 이 팀은 저희와 봉사와 순례를 교대로 하는 팀입니다. 일정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한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가 많아요. 이 팀은 미국, 모리셔스, 그리고 헝가리와 루마니아 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8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루르드행 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한국 소그룹들도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서, 생태팀은 부르고스로, 예술팀은 바르셀로나로, 영성팀은 만레사로, 순례팀은 알까라 데 로스 가줄레스까디즈로 출발하였습니다. 이렇게 세계 전역에서 마지스를 위해 온 3,000명 가량의 젊은이들은 99가지 종류의 체험을 위해서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의 120개의 지역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마지스 체험 기간 동안 그룹원들은 마지스 책에 나와있는 아침 묵상과 저녁 성찰 나눔을 함께하게 됩니다. 아침 묵상 자료에는 성서, 이냐시오 및 다른 성인의 글, 그리고 마지스 일정 속에서 우리가 하루 동안 기억해야할 질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이 질문들이 참 좋았고, 이 질문들은 종일 제게 남아있으면서 하루의 순간들을 비추어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모여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성찰 후에 나누고 싶은 부분들을 이야기했어요. 이 시간들은 우리가 하루 생활 동안에, 나와 다른 이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감지하고, 관계에 받는 도전들에 대해서 깨어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지스 써클이라고 부르는 매일의 모임은 소그룹별로 진행합니다. 이후 마드리드에 한국팀이 모두 모였을 때, 체험 기간 동안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를 물어보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마지스 써클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면 관계 상 체험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전해야겠지요? 곧 또 인사 올리겠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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