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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괜한 돌 본문

매일의 양식

괜한 돌

해피제제 2012. 1. 30. 08:52

1독서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복음말씀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단상

공동체 미사 시간과 학원을 가야 하는 시간이 겹쳐져
요 며칠 근처 본당엘 다니고 있다.
전에는 화곡본동 성당으로 다녔는데
3년 사이에 우장산 성당이 새로 들어서 더 가까워져 있었다.
우장산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알로이시오 신학원 경당에서 본당 미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사정이 있었나 보다.

미사에 참석을 하기 위해 전날 후배 수사님이 알려 준 대로 어둔 길을 걸었다.
오랜만의 새벽미사라 집안에 두문불출하고 있는 요즘에 기온도 차고 낯선 기가 더 크다.
간밤의 여운인지 번화한 거리를 지날 때는 여전히 분주함이 남아 있고
그 위를 청소부 아저씨가 부지런히 아침을 밝히고 있다.
서린 김을 내뿜고 있는 아저씨를 위해 잠시 화살기도를 날린다.

한참을 헤매고 독서가 끝날 때쯤에 성당에 들어섰다.
한 블록을 더 갔어야 했는데 하마터면 우장산을 향해 끝까지 갈 뻔했다.
제대로 잘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신학원 3년 동안 무수히 애용했던 우장산 산책길이라
‘안다’라는 생각에 대충 들었더니 이른 아침부터 미사에도 늦고 부지런히 발품만 팔고 말았다.
다행히 ‘아는’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서 부끄럽게 눈인사를 하고 앉았다.
공동체 신부님들이 본당 새벽미사 주례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 보다 먼저 신학원을 출발해서 미사를 집전하고 계신 것이다.

새로 지은 우장산 성당이 조금 이상했다.
아홉칸 큐빅에서 오른쪽 맨 아래 큐빅에 해당하는 곳에
덩그라니 가정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성당 모양이 이상하게 되었다.
3년 전 신학원을 방문하신 본당 신부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새로 성당이 지어진다는 소문에 이미 귀가 밝혀진 집임자가
시세보다도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한단다.
이미 다른 집들은 다 매입을 해서 공사 시작만 기다리고 있는데
마치 ‘알박기’처럼 한 집이 그렇게 버티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미사를 참례하려다 본 광경에
순간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여러 가지 마음이 올라온다.
결국 이렇게 요상하게(?) 집이 지어지고 울타리가 전혀 없는 성당과는 대조적으로
그 집만 덩그라니 담을 둘러치고 있는 형상이니
담벼락 없는 성당의 탁 트인 기운과
나 처럼 의아롭게 생각할 기운들이 그 집에 평생동안 모여들 듯싶다.
두 건물이 마치 기 싸움을 하는 듯하니 미사를 참례하러 갈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다.

교회 공동체와 남은 그 집에 하느님의 평화를 청해 본다.

그리고 내 이 복잡한 마음도 그 집을 헤아리는 마음이 부족한 듯 보여
그이의 사정도 모르고 지레 짐작해서 혹여 어둔 기운이 그 집에 더해진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부족한 마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당해야(?) 했을 그이의 관대함을 청한다.
그이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내가 서투르게 그리 판단하였으니
미사를 참례하러 갈 때마다 두고두고 그이를 향해 복을 또 자비를 청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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