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또 다시 아침 본문
1독서
다윗은 편지를 이렇게 썼다.
“우리야를 전투가 가장 심한 곳 정면에 배치했다가,
그만 남겨 두고 후퇴하여 그가 칼에 맞아 죽게 하여라.”
복음말씀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단상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알로이시오 신학원에서의 아침이다.
방이며 침대로 바뀐 잠 자리며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하던 기도며 컴 작업이 널찍한 책상으로 바뀌었다.
잠깐(?) 머무를 요량으로 익숙한 배치를 생략하고
놓여 있는 그대로 살자하니 손발이 닿는 데마다 낯섬 투성이다.
주어진 환경을 굳이 바꾸지 않고 낯섬과 불확실함을 즐겨 보는 것,
그러고 보니 자라나면서 환경을 탓해 본 적이 별로 없으니
천성부터 수도자로 살 팔자였는지도....
늘 조용조용한 성격에 나를 키워주셨던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형욱이는 하느님이 키우신다’고...
어제 이사오는 날,
공동체 식당으로 향하는 게시판에 인사말을 올려 두었다.
‘안녕하십니까 김형욱 수사입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
수사님, 신부님, 자매님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밥을 먹으면 얼마나 먹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구박하지 마시길....^^'
이 아침 차를 한 잔 마시러 내려갔더니
내가 적어 놓은 인사말에 누군가 댓글을 달아 두었다.
‘빨리 떠나..’
짓궂다.
'매일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괜한 돌 (1) | 2012.01.30 |
---|---|
실수도 괜찮아 (0) | 2012.01.28 |
가거라. 나는 너희를 보낸다. (5) | 2012.01.26 |
누가 일러 주겠지... (5) | 2012.01.25 |
가족 (1) | 2012.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