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까미노 순례의 필수 동행자, 지팡이 본문
까미노 순례의 필수 동행자, 지팡이
까미노에서 지팡이는 필수다.
아직 지팡이에 의존하여 살아갈 나이가 아닌지라
까미노를 하겠다고 등산 지팡이를 구입 하기도 뭐하고 해서
걷다가 대충 산에서 나뭇가지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첫 지팡이는 썩은 나무 지팡이라 금방 부러져 버렸고
두번째 녀석은 끝이 좀처럼 다듬어 지지 않는 질긴 생나무였다.
그래서 결국 자연으로 돌려 보내 주었다.
좀 처럼 손에 길들여 지지 않아서 이다.
그리고 세번째 지팡이(26일)는 길가 숲에 버려져 있던 것을 주워들었는데
붉은 소나무로 제법 튼튼했다.
한 사흘 아프던 부분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을 느꼈다.
길가에서 주워든 나뭇가지라 볼품도 없고 다듬어지지 않았던 터라
제법 손에 익히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했는데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무리하게 사용해서인지
아주 이곳 저곳에서 괴성을 지르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산 길을 오르거나 특히 내려가면서 무릎 부담을 덜어주면서
제 몫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 그 근육통들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든 배움의 시작이 늘 그랬다.
넘어지고 깨지고 힘들고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에 나의 근육통은 점차 사라지고
그곳에 새로이 튼튼한 근육들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후 부터는 능숙하게 산을 오르내리게 된다.
새로움을 몸에 새기는 데에는 늘 이렇게 성장통이 함께했다.
내가 지금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아마도 그것은 튼튼한 근육을 붙이려는 당연한 몸의 반응이리라.
그래서 머지 않아 그 배움에 익숙해져
능숙하게 혹은 두려움 없이
인생 순례를 나아갈 수 있으리라.
이제껏 나의 모든 통증들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 올 또 많은 통증들에도 미소를 보낸다.
그 모든 통증들이 나를 어른이 되도록
적재적소에 튼튼한 근육이 자리잡히도록 응원을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의 은총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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