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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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착한 사마리아인들
까미노 동행 친구들이 있다. 프란, 파우, 모니카
며칠째 함께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개인적인 것들을 묻게 된다.
모니카라는 친구가 자기는 75년생이라고 한다.
내 나이를 묻기에 나는 또 짓궂게 '한 번 맞춰 보세요?' 한다.
그러자 한 참을 빤히 보더니 난처한 듯 말을 꺼낸다.
'동양인들 나이는 좀처럼 알아 맞추기가 힘들다' 한다.
'짐작 하기 조차 어렵다' 한다.
그래서 내가 '마흔 셋, 한국 나이로 마흔 넷'이라고 하니 나 보다 더 놀라는 표정이다.
그 놀라는 표정에 내가 더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며칠째 함께 까미노를 했더니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무리를 했는지 내리막길에서 다리를 절뚝거리고 무릎에서 열꽃이 피자
자기가 지니고 있던 스포츠 연고를 내민다.
사양 않고 고맙게 무릎 주변에 발랐더니 금방 시원해 지는 것이
약효가 뛰어난 연고인 듯 싶다.
'잘 사용했다. 고맙다' 라는 말과 함께 연고를 되돌려 주려하니
자기는 되었다며 한사코 거절을 한다.
앞으로 잠 들기 전과 까미노 출발 전에 발라 주라 한다.
그러면 한결 걷기가 수월할 거라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니카도 딱 한 개 가져 온 연고였다.
그것을 내게 아낌없이 내어 준 것이다.
남에게 댓가 없이 베푼다는 것, 남의 사정을 먼저 물어 준다는 것,
먼저 인사를 건네고, 관심을 보인다는 것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 '사마리아 사람'의 이 세상 살아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그런 이가 하느님을 닮은 사람임이 틀림 없다.
너의 사정에 마음을 쓰고 있으니,
너에게 늘 시선을 두고 있으니,
너에게 나의 하느님 그분을 전하고 싶으니...
오늘 하루도 그럴 수 있기를 청한다.
"주님, 제가 다른 이들에게 당신의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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