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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본문

마음에게 말걸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해피제제 2010. 9. 26. 17:08

 태국 치앙마이/ 불교명상센터 앞 마당에 놓인 꽃

2008년 로마에서 개최된 예수회 35차 총회에서는
예수회원들에게 우리시대의 ‘최전선’을 향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이하 ‘이웃살이’)는
‘현대의 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리가 다가가야 할 ‘최전선’으로 규정하고 사도직을 수행한다.

 “너의 땅에 함께 사는 외국인을 괴롭히지 말라.
너에게 몸 붙여 사는 외국인을 네 나라 사람처럼 대접하고
네 몸처럼 아껴라.” (레위 19,33-34)

 성서의 이 말씀이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웃살이의 사명이다.

그리하여 이웃살이의 모든 활동들을 통하여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며, 형제요 자매라는 의식을 고양시키고,
그들 안에서 가난하신 그리스도,
나그네 되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섬김으로써
우리 사회에 복음의 빛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마태 25,35) 

이웃살이에서의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만나는 이들은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 이야기하듯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우선 그분들에게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손과 발’도 지니고 있다.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도 오직 사랑을 위해 반응을 보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멋진 체험을 나누어 보자면
어느 날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때였다.
공동체가 인천에 위치한 터에 퇴근 시간만 되면 늘 마음이 바빠 온다.
그날도 늦어진 퇴근 시간 덕분에 서둘러 정리를 마치고
집 방향이 같은 상담실장님과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건널목 앞에서 쌩 쌩 내달리는 차들이 멈추어 서기를 기다리는데
저만치 정류장에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뀌지 않은 신호등을 연신 노려보면서
녹색불로 바뀌기가 무섭게 “빨리 뛰세요”하면서 버스를 향해 내달렸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가는데 뒤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없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언능 뒤 따라 와야 할 상담실장님이
저만치에서 한 할머니를 거의 품에 안다시피 해서 건널목을 건너는 중이었다.
게다가 아~주 아주 느릿느릿 할머니의 발걸음에 맞추어
거의 달팽이 걸음으로 말이다. 
 
얼마나 천천히 걷고 있었던지
별로 넓지 않은 편도 1차선의 신호등임에도
그 둘이 건널목 중간쯤 왔을 때는 이미 꺼져가는 중이었다.
보고 있는 내가 다 애가 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광경은 그 후에 일어났다.
신호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양 차로의 모든 차들이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조금만 출발이 지체돼도 연신 클락숀을 빵빵 대며
참을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던 버스기사님들도
그 날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공간 안에서는 어떤 알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호가 끊겨 건널목에 서있던 사람들도
그 알 수 없는 힘에 감염이 되었는지
달팽이 같은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둘에게서 퍼져 나오는 어떤 것이
주위 모든 사람과 사물들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은 것이다.
그것은 굉장한 감동이었고 또 신비스런 체험이었다. 
 
어찌 되었든 건널목 한 가운데를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 감동의 에너지에 휩싸여
어떤 야유나 심지어 버스기사님의 경적 소리도 울릴 수 없게 만들었다.
나 역시 그 따뜻함과 행복감에 한참을 휩싸여 있었다.
 
사람이 선하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런 선함을 지녔다는 것
또 그것이 공명할 때 엄청난 사랑의 에너지가 퍼져 나가는 체험!!
 
아마도 그 광경을 목격했던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온 몸으로 느꼈고 그랬기에 짜릿한 전율감에 휩싸였고
또 저마다 응원과 격려, 따뜻함의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있던 모두가 그 사건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엄청난 힘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 모든 에너지를 이끌어 냈던 이웃살이의 상담실장님은
두고두고 나의 스승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분의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환대가 그렇고
당신 갈 길도 마다않고 온 몸으로 함께 발 맞춰주는 걸음걸이가 그렇고
그분을 둘러싼 주위 사방을 온통 감동의 에너지로 가득 채움이 그렇다.
그래서 그 에너지에 포로가 된 이들을 이웃살이로 찾아 들게 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는 물음에
상담실장님의 발걸음을 따라가면 그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예수회 사도직장인 이웃살이는 참으로 복도 많다.
그리고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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