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설레임 본문
"수사님들 요즘 어떤 힘으로 사십니까?"
아침 미사 때 강론을 시작하면서 신부님이 물어온다.
난데 없는 질문에 질문을 받은 수사님이 화들짝 눈을 치켜뜬다.
똥그랗게 뜬 눈에는 '왜 접니까?'라는 억울함이 가득하다.
그러면서 "저 말고 형욱 수사한테 먼저 물으시면 안되겠습니까?"한다.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나한테 질문이 돌려졌다.
딱 3초간 창 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설레임"
나를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설레임
나를 그이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사도직에서 만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설레임
나를 웃고, 울게 만드는 봉사자들을 향한 설레임
나를 나답게 살게 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레임
나를 더 나은 나로 여겨지게 만드는 공동체 형제들을 향한 설레임
이 모든 게 가능하게 만드는 신에 대한 설레임
강론하시는 신부님이 빙그레 웃으시고
눈에 잠이 가득한 수사님은 짖궃게 야유를 해댄다.
산책하기 좋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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