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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누군가의 손가락 본문

매일의 양식

누군가의 손가락

해피제제 2011. 3. 23. 07:47

1독서

선을 악으로 갚아도 됩니까?
… 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 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


복음말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무엇인가 청하였다. …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겼다.

…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상

살며시 대성전 문을 연다.
앗싸! 어제와 달리 어스름 불빛도 없는 상태다.
그래도 누군가 거기에 이미 현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의 숨결이든, 기도하는 이의 바스락 옷깃이든...

복음을 읽고 한참동안 관조묵상에 빠진다.
쭈삣쭈삣 두 아들을 잡아끌고 예수님 앞에 서시는 어머니,
아들들을 대신해 ‘한 자리’ 부탁하시는 순박한 어머니,
친구의 어머니라 아무런 말도 못하고 불쾌히 여기고만 있는 열 명의 제자들,
또 그런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하나 둘 가까이 오라 청하며
‘섬기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예수님 등 등

한참을 그렇게 복음말씀을 기억해내고,
장면을 구성하고, 오고가는 대화에 집중하여 상상을 나래를 펴는데
갑자기 눈이 화~악 하고 밝아진다.
헉! 이것은 어떤 신비 체험인가!

아니다. 누군가 대성전의 등을 환하게 켠 것이다.
순간 눈쌀이 찌뿌러진다.
기도를 방해 받았다는 느낌에 순간 짜증이 화~악 하고 올라온다.


그렇게 열 명 제자들의 ‘불쾌한 마음’ 전해 받는 순간이다.
그리고 불을 켠 ‘손가락’ 얼른 용서(?)한다.
덧붙여 제 때에 제자들이 느꼈을 ‘불쾌함’을 알게 해주신
고요한 아침의 침묵을 깬 그 ‘손가락’에 고마움을 더한다.

그이들의 불쾌함을 알게하셨으니
당분간 함부로 ‘짜증’내지는 않으리라.
이는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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