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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담배와 기도사이 본문

매일의 양식

담배와 기도사이

해피제제 2014. 6. 29. 10:26

담배를 태우는 동료 신부님과 산책을 하다가

'담배 끊어야 겠는데'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도통 쉽지 않다는 푸념도 딸려 나온다.

 

언젠가 한 신부님이 회의에 참석차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셨단다.

그런데 비행기에 올라서 이동하는 내내 담배 태울 궁리만 하셨단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셨단다.

당신이 믿고 따르는 하느님도 아니고,

당신이 사랑으로 돌보아야 할 양떼의 일도 아니고,

회의에 참석해서 발표해야 할 그 중요한 내용도 아닌

겨우 '담배'에 목매달고 있는 처지며

실제로 10시간 내내 그 담배 때문에 안절부절했던 기억에

그렇게 비참한 것이 아니었단다.

 

내 이런 들었던 경험담(?)에 신부님이 맞장구를 쳐오며

당신도 하루일과가 '담배'에 맞추어져 있단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세끼 식사를 하고,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학교가는 전차를 타고

매 수업의 시작은 담배를 피운 후에야 이루어진단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산책에 나서고

담배를 태운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이러한 하소연에 어리둥절 하면서

문득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루의 톱니바퀴가 '담배'로 따옴표가 지어진다.

수도생활이, 일이, 하느님이, 사랑이 아니라

담배에서 담배로의 하루 일과의 선이 그어진다.

 

그러면서 이냐시오 성인의 가르침을 돌아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기도를 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사도직을 수행하고 오전을 마치면서 양심성찰을 하며

눈을 떠 반나절 하느님과 함께 했는지 머물러 본다.

오후 사도직을 마치면서 공동체에서는 성무일도를 바친다.

그리고 잠들기 전 점심이후의 삶을 양심성찰 하며

이 밤을 지켜주시고 새날을 밝혀 주시기를 청하며 잠자리에 든다.

기도에서 기도로 하루가 꿰어진다.

 

'담배와 기도' 사이에

내 삶의 따옴표는 무엇인지

내 삶도 사부 이냐시오의 삶에 가닿기를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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