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루터의 교회의 ‘면죄부 판매 비난’을 연상시키는 산티아고의 ‘순례 증명서’ 판매 본문
루터의 교회의 ‘면죄부 판매 비난’을 연상시키는 산티아고의 ‘순례 증명서’ 판매
‘산티아고 순례’를 완주했다는 ‘증명서’를 받기 위해 산티아고 관공서 앞에 줄을 섰다.
이른 아침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순례자들은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다.
아마도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곳에서 증명서를 발급 받는다는 소문 때문이리라…
오전 8시, 문이 열리면서 생기 가득한 순례자들은 하나 둘 증명서를 받아 들고 기뻐한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서로 포옹을 하기도, 자국의 국기를 꺼내어 흔들기도 하면서…
그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기에 나도 덩달아 설레어 기다린다.
그런데 대기줄이 줄어 들기를 기다리면서 옆에 게시된 공지를 읽다가 살짝 마음이 그랬다.
‘까미노 순례’를 했다는 증명서는 당연히(?) 무료이지만,
‘얼마나 걸었나’를 증명해 주는 ‘순례 거리 증명서’는 3유로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기쁨과 설렘의 기분에 찬 기가 서렸다.
몇십, 몇백 킬로미터를 걸었는지를 확인 받기 위해서
이렇게 비용을 들여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몇 날, 몇 십일을 걸어 왔던 이들에게는
이 작은 이벤트가 기념이 될 듯도 싶겠다 라는 생각에
그냥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산티아고 순례 증명서’는 무료가 아닌가.
그래서 ‘거리증명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노’라고 대답했다.
돈을 내고 싶지 않다면, 내가 ‘거리증명서’를 받지 않으면 될 일이다.
내가 그이들을 비난할 일도,
다른 이들의 작은 기쁨까지 걱정할 일도 아닌 것이다.
작년에 산티아고에 와서 대성당에도 들어가 보았고,
순례자 축복 미사도 참례해 보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관공서의 직원들도 ‘확인서’를 주면서
슬며시 다른 것들도 있다고 곁들여 제안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들이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돌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도 해서 용서해 주기로 했다.
순례로 먹고 사는 도시라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넓은 마음을 가져 보기로 했다.
저이들도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한 해 산티아고 길을 걷는 사람이 수 만, 수십 만명이 된다는데,
그 순례자들이 소비하는 돈도 천문학적이라
그 지역 경제들을 거의 책임지다시피 한다는데,
증명서 쯤이야 그냥 무료로 발급해 주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너무 미운 마음이 일어 나지 않기를,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그이들도 너무 교회를 이용해서 돈벌이로 사용하지만은 않기를
그러고 보니 이 때 갑자기 루터의 ‘면죄부 판매’가 떠오른 이유는 또 무엇일까.
교회를 이용한 돈벌이라는 느낌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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