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된장국 같이 구수한 똥 냄새 본문
된장국 같이 구수한 똥 냄새
까미노 길은 온통 동물의 똥냄새로 가득 차 있다.
방금 누운 똥, 며칠 지난 똥, 마른 똥, 말라가는 똥,
어마무시 큰 똥, 작은 똥, 보통인 똥…
아무튼 사람이 다니고 동물들이 함께 다니기에 이상하게 사람 똥만 없지
모든 까미노 길이 동물들의 똥 천지다.
며칠을 그 분뇨 냄새를 맡고 다니다 보면 코가 그 향기에 익숙해 진다.
그리고 루고와 같은 깔끔한 대도시에 들어 가고
다시 그곳을 떠나면서 그 익숙한 분뇨 냄새를 맡게 될 때는
마치 구수한 된장 냄새를 맡듯 친근함이 몰려 올 정도다.
우리 순례자 중 누군가 그리 말한다.
아마도 우리 머리카락, 우리 옷, 우리 신발, 우리 온 몸 곳곳에
이미 이 똥 냄새가 배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까미노 모든 길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갈 때는
기차 안에, 버스 안에, 비행기 안에 이 똥 냄새를 풍길지도 모르니
다시 도시로 돌아갈 때는 온 몸을 깨끗이 해야 될 것이라고…
그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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