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성목요일이 아닌 수난 화요일에 봉헌하는 성유축성미사 본문
성목요일이 아닌 수난 화요일에 봉헌하는 성유축성미사와 사제성화의 날 행사
작년 9월 일본 나가사키 26성인기념관으로 파견 받아
처음 나가사키 교구의 성유축성미사에 참례 했다.
더불어 '사제성화의 날' 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사제성화의 날' 미사는 1995년 3월 25일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사제들에게 보내는 성목요일 교황서한]에 의해서
사제들에게 '성덕의 봉사자들'이 되어야 할 의무를 상기할 것을 권고하였다.
'새로운 복음화', '사제들의 착한 목자의 삶 증거',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화' 촉구를 위하여
사제단 주교와의 일치, 사제직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주교와 사제들의 미사 공동집전, 성체현시성시간,
그리고 금경축 축하 행사, 은퇴 사제들의 기억하는 행사 등이 함께 거행된다.
물론 수도원, 수녀원, 평신도단체와 신자들도 함께 '사제성화의 날' 미사에 참례하게 된다.
사제직의 목적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기 위한 신자들의 성화'를 위한 봉사에 있기에
결국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화를 향한 교회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 요한바오로 2세의 교황교서에 맞추어
한국교회에서는 '성목요일'에 성유축성미사와 '사제성화의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곳 나가사키 교구는 '성목요일'이 아닌 '주님 수난 주의 화요일'에 행해지고 있으니
그것이 내가 다른 선배 수사님에게 '왜?'라고 질문을 했던 이유다.
이곳 나가사키 교구에서 20년째 활동해 오고 있던 수사님 왈,
나가사키 교구는 원래부터 섬이 많고 그 섬들에는 50여개의 성당들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때문에 '성목요일'에는 주교님과의 일치를 위해
'사제성화의 날' 미사를 공동 주례하기 위해 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몇 번인가 태풍의 영향으로 신부님들이 당신들이 속한 본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단다.
또 그런 이유로 성금요일과 성토요일 그리고 부활대축일미사까지도 사제가 본당에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 일들이 있은 후 나가사키 교구에서는 '주님 수난 주의 화요일'에
'사제성화의 날'행사와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고 한다.
섬이 많은 나가사키 교구만의 사정이 반영된 결정이랄까.
그런데 이번 '사제성화의 날 행사와 성유축성미사'는 다른 이유로 많은 사제들이 참석을 하지 못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청정 섬에 살고 있는 사제들이 나가사키 시내로 나오지 못했고
더불어 수도자들, 평신도 단체와 신자들의 참여 없이 사제들만이 신자석에 앉아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례한 모든 사제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2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널찍이 떨어져서,
그리고 성가 반주며 성가대 그리고 봉헌 역시도 신자 봉사자 없이 사제들이 손수 준비했다.
참으로 생소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으니 우리 사제들은 몇 번인가 이 익숙치 않은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정성스럽게 성가를 부르고, 가끔씩 음 이탈에 서로 응원을 보내기도 하면서 사제직의 의미를 되새겼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벌써 한 달 째 '신자들이 없는 교회'와 미사를 봉헌하게 되면서
사제들은 '성덕의 봉사자들'이지만 그 대상인 신자들이 없다면 봉사도 성화도 요원해 보인다.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님이 '사제성화의 날'을 제정하시면서 권고했던 이유들,
즉 새로운 복음화, 사제들의 착한 목자로서의 삶의 증거,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화는
바로 신자들이 존재해야 가능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그런 이유로 얼른 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신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그분을 찬미할 수 있는 시간이 올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주님, 저희 온 땅의 사람들이,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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