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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아몬드 꽃- 모두 다 꽃이야 본문

매일의 양식

아몬드 꽃- 모두 다 꽃이야

해피제제 2020. 3. 13. 15:56

26성인기념관 앞 마당의 아몬드 나무에 핀 꽃

 

화사한 빛을 띤 꽃들에 출근 길을 멈추고 사진기를 들이댔다.

매일 지나던 길인데 이 아이들은 언제 또 피어난 것일까.

 

건물과 건물, 바람 길에 놓여 있던 앙상한 나무인지라

이곳을 지날 때면 옷깃을 더 깊게 여미며 발걸음도 빨리했던 곳이다.

그러니 이들이 언제 얼굴을 내밀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유독 봄 날 같은 오늘, 어슬렁 어슬렁 기념관 앞 마당을 거닐러 오다가

무엇이 바쁜지 푸른 잎파리 하나 없이 눈송이 처럼 핀 연분홍의 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화사한 벛꽃 나무인줄 알았다가 그 아래 명패를 확인했더니 '아몬드 나무'란다.

괜히 겸연쩍은 마음이다.

생긴 것은 이곳 니시자카 언덕의 지천에 깔린 벛꽃인데

이렇듯 제 고유의 이름을 지니고 있으니 더욱 미안스럽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는지 기념관 직원이 "꽃이 예쁘게 피었죠?" 라며 봄 같이 인사를 건넨다.

작년에는 아몬드 열매까지 수확해서 기념관을 찾는 이들에게도 나누었단다.

마치 자식(?) 자랑이라도 하듯 아몬드 나무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 준다.   

나는 또 그렇게 가던 길을 멈추고 한 참을 듣는다.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