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아몬드 꽃- 모두 다 꽃이야 본문
화사한 빛을 띤 꽃들에 출근 길을 멈추고 사진기를 들이댔다.
매일 지나던 길인데 이 아이들은 언제 또 피어난 것일까.
건물과 건물, 바람 길에 놓여 있던 앙상한 나무인지라
이곳을 지날 때면 옷깃을 더 깊게 여미며 발걸음도 빨리했던 곳이다.
그러니 이들이 언제 얼굴을 내밀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유독 봄 날 같은 오늘, 어슬렁 어슬렁 기념관 앞 마당을 거닐러 오다가
무엇이 바쁜지 푸른 잎파리 하나 없이 눈송이 처럼 핀 연분홍의 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화사한 벛꽃 나무인줄 알았다가 그 아래 명패를 확인했더니 '아몬드 나무'란다.
괜히 겸연쩍은 마음이다.
생긴 것은 이곳 니시자카 언덕의 지천에 깔린 벛꽃인데
이렇듯 제 고유의 이름을 지니고 있으니 더욱 미안스럽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는지 기념관 직원이 "꽃이 예쁘게 피었죠?" 라며 봄 같이 인사를 건넨다.
작년에는 아몬드 열매까지 수확해서 기념관을 찾는 이들에게도 나누었단다.
마치 자식(?) 자랑이라도 하듯 아몬드 나무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 준다.
나는 또 그렇게 가던 길을 멈추고 한 참을 듣는다.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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