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성목요일, 주님의 '최후의 만찬과 세족례' 본문
성목요일 가까운(?) 카미노시마 성당까지 순례를 나섰다.
나가사키 시가 4월 말까지 시에서 운영하는 모든 기념관, 박물관 등 관광지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학교와 나가사키 시민들만이 이용하는 도서관 등은 문제가 없으나
타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과 외지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물론 예수회 일본관구에서 운영 중인 '26성인순교기념관'은 나가사키 시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이곳 역시 외지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기에 시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
카미노시마 성당은 나가사키 26성인 순교지에서 출발하여 약 1시간 30분 가량의 거리이다.
시민들 모두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인지라 평일 낮 유유자적한 순례길이 되었다.
순례는 해안선을 따라 난 도로를 타고 나아가기에 침묵을 깨는 자동차 소음에 침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순례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 열 손가락을 넘지 않으니 그리 복잡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걷는 데에 마음을 모으고 간혹 올라 오는 것들에 기도를 더하며 묵묵히 나아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카미노시마성당과 곶의 산타 마리아 제단 앞에 앉아
요즘 하루가 멀게 들려오는 아픈이들, 떠나간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황망히 떠나 보낸 이들,
그리고 밤낮으로 고군분투 중인 이들을 위해 나의 하느님 그분의 자비를 청해 보았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듯
너희도 서로 그렇게 하여라."
주님, 저희가 당신의 본을 받아 다른 이들의 발을 씻어 줄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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