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관상기도를 잘 하는 방법 본문
‘관상기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피정 지도를 해 주시던 신부님이 근처 주일 미사 땜빵(?)을 가셨다.
수도원이 소속되어 있는 마을 성당 신부님이 건강 사정으로 급히 부탁을 해 오셨단다.
해서 오늘은 피정집의 88세 은퇴 신부님이 강의를 해 주시러 오셨다.
주제는 ‘이냐시오 성인의 관상 기도’에 대한 내용으로 특별히 ‘오감’을 이용한 기도법,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사용하는 기도법이다.
2000년 전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 그분과 함께 마주 앉아 보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고, 함께 걷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분의 음성을 듣고, 얼굴을 보고, 손을 맞잡으며 그 분위기에 빠져 보는 것이다.
기억력과 의지력과 상상력,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모든 감각들을 사용하여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그분을 보고 만지는 기도법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음미하는 ‘묵상’기도에서
점차 ‘오감’을 사용하여 그 말씀의 현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어느 순간 그분의 은총에 의해 직접 그분을 마주하는
‘관상’에 이르도록 예수회원들을 훈련시키셨다.
그렇게 예수회원들은 그 기도체험들을 일상에서 살며
그 좋은 것들을 하느님을 만나고픈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상기도’를 할 때에
영적 지도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그분에 대한 ‘관대한 마음’, 즉 열린 마음과 ‘겸손’이다.
자신의 힘으로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애쓰지 말 것이며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을 겸손히 청할 것.
이 두 가지가 ‘관상기도’를 위한 작은 팁이다.
한 참을 그렇게 땜빵 오신 신부님의 ‘관상기도’에 대해 열렬한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30분, 계획된 강의 시간을 넘기시더니 어느덧 1시간째를 향해 가고 있다.
기도의 배테랑 신부님께서 기도의 초보자들에게 좋은 것들을 주고픈 마음은 알겠으나
70대, 80대, 90대의 또 기도의 배테랑 수녀님들의 삐걱대는 의자 소리로 보아
아마도 나 처럼 온 몸을 비틀고 계시는 듯 하다.
언제부터인지 나 역시도 ‘영신수련’ 책자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땜빵 신부님의 강의에 흥미를 잃었나 보다.
88년 세월을 살며 이냐시오 성인의 ‘관상기도’를 몸에 자연스럽게 익힌 신부님에 비하면
나는 아직 40대의 앎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당신이 그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익힌 앎이라 나는 아직 그 설명의 깊이를 따르지 못한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책자에 한 눈을 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40대의 앎이지만 그분 처럼 한 길 바로 가면 그 앎에 도달할 날이 있을까.
비틀대는 온 몸에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께 청해 본다.
교사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한 길 곧게 나아갈 수 있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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