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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오실 주님, 오신 예수님 본문

매일의 양식

오실 주님, 오신 예수님

해피제제 2011. 12. 21. 06:40
1독서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나의 여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복음말씀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분!"


단상

대곶에서 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잘려나간 이주노동자가 치료가 끝날 때까지 머물 곳을 찾는단다.
해서 이웃살이가 김포지역에서 유일하게 쉼터를 운영하고 있기에 전화를 해 오셨다.

사정이야기를 듣자니 미등록 자격으로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산재가 발생하자
공장 측에서는 허겁지겁 입원과 수술을 부담하고 공식적인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단다.
해서 치료만 간신히 끝내고 쫓겨나오다시피 공장을 떠나게 되었고
결국 목사님이 운영하시는 이주센터로 찾아 오셨다.

공장과는 벌개로 노무사를 통해 산재를 진행하고 치료가 종료될 때까지 머물 곳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기간이 아무리 짧게 잡아도 3개월은 걸린다는 것이다.

이웃살이 쉼터는 단기쉼터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렇기에 산재를 당한 처지의 이주노동자를 품기 보다는
서울에 있는 장기 쉼터를 소개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이나 부천 그리고 김포에는 이제 단기쉼터는 물론이고 장기쉼터를 운영하는 곳이 없다.

다행히(?) 이웃살이 쉼터가 구직 혹은 귀국하는 친구들을 위해
일주 혹은 이주 간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한데
이번처럼 목사님의 요청 대로 장기간 머물기에는 쉽지가 않다.
결국 서울에 있는 장기로 요양할 수 있는 쉼터를 소개시켜 주면서도
왠지 마음 한켠이 깨림직한 것이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통화를 하는 내내 목사님도 나도 서로의 처지를 아는지라
목사님은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해 오지만 나는 연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대꾸한다.

많은 경우에서 정부의 지원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지와 노력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들이 있고
그래서 우리 같은 단체들이 발로 뛰고 청원을 하고 힘을 모으기도 하지만
또 무력하게 발만 동 동 구르기도 한다.
 
쉼터 운영이 쉽지 않은 터에 김포 지역에 이주민센터가 일곱 군데가 있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쉼터들이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하나 둘 문을 닫은지라
겨우 이웃살이만 단기쉼터로 운영을 하는 처지고
그럼에도 시청이나 경찰서 혹은 이주민센터까지 종종 사람들을 보내기는 하지만
그 운영이 쉽지 않기에 뻔히 사정을 아는 터에 전화를 거는 쪽도
전화를 받는 쪽도 서로가 면목이 없다.

오늘과 같이 다급한 사정을 전해 듣고도 연신 미안한 마음에 2주간을 겨우 배려(?)해 두고
또 그것이 서로 미안하고 하느님의 일에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듯해서 이 아침까지 밀려든다.

아예 이런 미안함 들기 전에 차라리 장기쉼터를 소개시켜 드리는 것이 낫겠지만
또 낯섬 투성이인 서울에서 몸까지 성치 않은 이주노동자를 선뜻 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목사님도 나도 그것을 알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근처에 두고 치료를 도우려는 마음인지라
이런 미안함과 더 하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 그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대할 때면
늘 이렇게 한숨 하나, 미안함 둘 늘어난다. 

이미 와 계신 주님의 아프고 서운한 마음을 알게 하시고
또 우리들의 미안함에 당신의 위로를 더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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