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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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미울 사람이 없어 보인다
갑자기 오늘 순례 중에 담배 냄새를 맡았습니다.
앞서가는 순례자가 담배를 태우나 봅니다.
갑자기 미운 마음이 쑤-욱 하고 올라 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럴려면 왜 순례를 하는거야?' 라는 미운 마음입니다.
평범한 길 가도 아니고 산 중에서 담배라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 냄새가 싫고 또 미워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와 발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그렇게 꼴도보기 싫어 지나칠려하니, 왠걸? 안면이 있는 순례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이는 얼굴을 마주치자 '부엔 까미노'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옵니다.
제 순례길에 축복을 빌어 줍니다.
그 바람에 미운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걸었다가 순례자들이 머물다 가는 작은 카페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잠시 머문 배낭을 내려 놓은 곳에서 다시 그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따듯한 커피 한 잔과 산티아고 단 맛 나는 케익 때문인지
아까의 미운 마음이 조금은 누그졌나 봅니다.
서로 통성명을 합니다. 이름이 후안이라고 합니다.
먼저 와서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는 ‘펠로뤼’ 라며 멋진 미소를 보이십니다.
네덜란드에서 오신 노부부가 함께 까미노 순례 중이랍니다.
커피와 케익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어느새 미운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후안 할아버지의 미안해 하는 눈빛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알아 듣게 된 것은,
‘누군가를 깊게 알게 되면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겠다’ 하는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도 그렇게 미웠던 담배 할아버지가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니
어느새 미운 마음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누구도 미운 사람일리가 없습니다.
그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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