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하느님이 그대를 부르신다면... 본문
하느님이 오늘 밤 그대를 부르신다면...
지난 밤 비행기를 타고 콩고로 떠난 두 명의 아프리카 출신의 수사님들이
오늘 아침 미사에 나타나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사연인 즉슨, 2일 오전 0시 5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해당 ‘2일’ 0시 5분 비행기에 맞추어 공항에 나갔기 때문이다.
하루 앞서 1일 오후 10시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날이 바뀌는 2일 오전 0시 5분 비행기에 탑승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고국 방문 기회를 수사님들은 그렇게 어이 없이 놓쳐 버렸다.
다행히 이틀 후 다른 비행기 편으로 출발 하였으니
수사님들의 이 에피소드는 앞으로 길이 길이 수도원 내에서 웃음으로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 늘 무엇인가를 배우곤 한다.
그래 보인다.
모두가 한 바탕 웃고 나서, 나는 두 수사님들에게
오늘 복음에 대해서 짓궃은 질문을 하였다.
“수사님들, 오늘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또 비행기 표를 다시 예약해서
내일 밤 0시 5분에 콩고로 출발을 하게 될텐데
만약 오늘 밤에 하느님이 꿈 속에 나타나셔서
오늘의 복음 말씀 처럼
‘클라우디앙아! 무카디야! 내가 오늘 밤 너희를 데려가겠다.
그러니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그 선물들이랑 여행 가방을 놔 두고
어서 나를 따라 오너라?’ 라고 수사님들을 부르시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라고…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이스라엘의 한 부자가
자기가 수확한 곡식과 재산이 너무 많고 창고에 더 저장할 여유 공간이 없어서
지금 있던 작은 창고를 부수고 더 큰 창고를 지어 그의 수확한 것들을 쟁여 놓고
몇 년 간을 먹고, 마시고, 즐길 계획을 모두 세워 둔다.
그런데 그 밤 하느님께서 그 부자에게 나타나 이르신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 밤 내가 너를 데려 가겠다’ 라고 갑자기 그러시니
성경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예수님이 다시금 풀어 설명 하시는 것 처럼,
이 땅에 재물을 쌓지 말고, 하느님 나라에,
‘주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하고, 네 형제를 네 몸 처럼 사랑하라’는
그 분의 계명을 지키며 하늘 나라에 재물을 쌓아 두라는 가르침이다.
내 질문에 클라우디앙 수사님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안 돼요. 안 돼요. 하느님!
저는 내일 밤 비행기를 타고 집에도 가야 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후에는 중간 실습도 가야 하고, 신학 공부를 해서 신부님도 되고 싶습니다.
또 저는 예수회원으로서 당신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힘들고,
한 100년 후쯤 저를 데려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라고 합니다.
뭐 ‘1000년도 하루와 같은 하느님의 시간인지라
100년쯤은 능히 기다려 주시지 않으시겠냐’며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또 한 바탕 웃었습니다.
클라우디앙 수사님의 대답이 곧 우리 모두의 대답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일 것 입니다.
‘지금 당장은 좀 그렇고 한 80년, 100년 후쯤 하늘 나라에 가면 안 되겠습니까?’ 라는…
그러면서 저는 그날의 강론자로서
우리들의 당연한(?) 대답과는 조금은 다른 대답을
우리 형제 수도자들에게 요구해 봅니다.
세관에 앉아 있던 마태오가 예수님이 ‘나를 따르라’ 라고 부르시자
그 돈주머니를 버려 두고 ‘예!’ 라고 대답하며 예수님을 따라 나섰듯이
‘예! 주님, 제가 아직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지금 당신이 저를 오라 하시니
제가 지금 당신과 함께 하늘 나라로 가겠습니다.’ 라고…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 분께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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