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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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를 동반해 준 첫 번째 고마운 벗, 지팡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순례용 지팡이 하나 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번의 시도 끝에 마음이 맞는 길동무를 만났다.
처음 몇번은 부러지고 손에 맞지 않아 사용을 그만 두었는데
한 나흘쯤 후부터 무릎에서 열기가 피어올라
내리막길에서는 옆걸음으로 내려가야할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지팡이를 찾았고 여태껏 동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르수아에서 알베르게 접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순례자 중 한 사람이(오스트리아) 지팡이의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자기 지팡이는 ‘스티키’란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순례자들이 자기 지팡이의 이름을 지어 주곤 한다는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지팡이의 ‘이름’을 물어 온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지팡이에도 이름이 있어?’라며 반문하니
그이들은 그것도 몰랐냐는 표정이다.
암튼 그 후 벗(?)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평범이, 보통이’라고 지어 주었다.
이름 안 붙여준 것을 만회할 겸 나는 ‘행복’이라는 ‘성’도 붙여주었다.
그래서 ‘보통의 행복, 평범한 행복’이 내 지팡이의 이름이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산에서 대충 주운 ‘보통이’ 덕분에
마지막 목적지 피스테라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어느 멋들어진 지팡이처럼 늘씬한 녀석은 아니지만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멋진 벗이다.
다시 한 번 보통이에게 감사를 전한다.
땅 끝 순례지 ‘피니스테르레’를 떠나 오면서 나만의 특별한 ‘작별의식’을 치렀다.
사부 이냐시오 성인의 행동을 본따 나도 내 순례의 여정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의미로
내 지팡이 ‘보통이’를 나의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다시금 새롭게 시작되는 내 순례의 여정이 그분 뜻에 맞갖게 쓰여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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