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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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서의 공동 생활
누군가와 벽 없이 한 공간에서 잠을 자본 것이 얼마 만인가
그것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말이다.
특히 까미노에서의 이런저런 냄새와 소리와 각기 다른 잠버릇들의 향연 속에서
참으로 낯선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서 괜한 상상도 해 가며 이리저리 뒤척여 보기도 한다.
한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의 잠은 종종 소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혼자서야 어떤 잠 버릇이든 누가 뭐라 할 이도 없겠으나
타인과의 공동 공간 사용은 그이들 각자의 코골이, 뒤척임, 진동, 숨소리 등 등
덕분에 나 역시 몇 번이고 이르게 잠을 깨야 했다.
소리 뿐일까.
각각의 인간의 냄새는 물론 옆 축사의 소와 말 그리고 그이들의 똥 냄새까지
나는 몇날 밤들을 그렇게 깨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잠 깸 덕분에 이렇게 하루를 돌아보고, 성찰을 하고,
그이들에게 나의 하느님 그분의 축복을 더하며 감사를 드린다.
그이들의 고단한 여정에 잠만이라도 편히 잘 수 있기를
이 밤 잠 못이루며 뒤척이는 모든 이에게 그분의 축복을 빈다.
(네그레이라 알베르게에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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