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알리샤를 위하여 본문
알리샤
몇 번인가 알리샤를 보면서 참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난 것이 산티아고를 지나 네그레이라를 향하는 다리 위에서 였다.
새 깃털이 달린 멋진 모자에 여느 순례자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하늘 거리는 옷차림,
마치 어느 여행지를 소개하는 모델을 보는 듯 패션감각이 남달라 보였다.
먼지와 흙투성이인 우리네 순례자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멋진 여성이 분노에 가득찬 말투로
자기 침대 위에서 밤새도록 코를 골던 독일인 여인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전날 알베르게에서 만난 코골이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과 함께 까미노를 하는 중이다.
이쪽 알베르게에서 저쪽 알베르게로 무거운 짐을 보내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접추처에 자신들의 짐을 찾고 있었기에
그이들의 사정을 듣게 되었고
나이 많은 시아버지를 모시고 장년의 부부가 함께 순례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몹시 신기해 했었기에 그 마음들이 더욱 예뻐 보였던 가족이다.
그런데 이런 고단한 여인에게 또 고단했던 알리샤는 분노를 표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몇 번 나눈 대화에서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표현들에
이 아침 갑자기 나는 대화를 나누기가 꺼려졌다.
나 역시 그 대화의 꺼리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더 머뭇거려졌는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매력적인 여인이
함께 걷기에는 살짝 꺼려지는 분위기를 풍겨 오니
아무래도 내 깊지 않은 수양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녀를 위해 나의 하느님 그분의 축복을 더한다.
나는 그녀의 분노에 말없이 맞장구 쳐주며
그녀의 화 남에 들어 주는 것으로 며칠 간의 인연을 다한다.
그녀의 분노가 좀 잣아 들 수 있기를...
오늘은 밤은 당신이 잠을 잘 이룰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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