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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향기 다른 꽃들이 모여... 본문

매일의 양식

향기 다른 꽃들이 모여...

해피제제 2013. 8. 5. 06:34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 마태 14,13-21 '오늘의 말씀' 중에서

 

 

2개월간 일본에서의 실습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수사님의 송별식이 있었다.

예수회 미국 뉴올리언즈 관구 소속으로 이번이 두번째 일본에서의 실습이다.

예수회 입회 전부터 일본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틈틈이 일본어 공부를 하더니

교토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기도 했단다.

그리고 예수회에 입회하고서도 2010년 예수회 일본관구에 청을 넣어

몇달간의 실습을 이곳에서 했고 그래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 제 집처럼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적응하면서

대학에서 잠깐씩 출강을 하고, 영신수련을 지도하고,

연피정을 다녀오고, 그러더니 며칠간은 2011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동북지방으로 자원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퇴약볕에 발갛게 변해버린 그이의 얼굴을 보면서

하느님께 좋은 달란트를 받았다 살짝 부러워하기도 한다.

 

떠나기 전날 공동체 원장님과 수사들이 직접 닭요리, 오리구이를 만들더니,

스페인 출신의 할아버지 신부님은 고국풍의(?) 샐러드를 내어 놓으시고,

다른 공동체에 사는 어느 수사님은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케이크를 손수 만들어 두고

저녁 그 시간에는 자기 공동체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여튼 그렇게 왁자지껄 공동체 파티를 하면서

마지막 카드와 선물을 전하는 화동 역할은 나에게 주어졌으니

또 부끄러운 몸짓으로 살짝 포옹까지 해주며 '잘 가라'고 인사 전한다.

그러자 이 활기찬 미쿡인 수사님은 포옹을 그렇게 하면 되겠냐며

더 큰 몸짓으로 한껏 껴안아 온다.

 

예수님이 이 땅에서 살아가신 그 모습이 좋아서,

그분이 믿고 따른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모여든

각기 다른 국적의 예수회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들에 핀 꽃들처럼 활짝 피워 주시는 저마다의 향기들에

가끔은 이렇게 감탄할 때가 있다.

 

꼭 일본에서 선교사로 살고 싶다는 젊은 수사님을 보면서

그이가 공동체에 남겨준 고맙고 소중한 것들이

남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도 그이를 기다리는 바램으로 다시 기억되기를 청해본다.

 

일본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하느님의 축복이 그이의 발걸음에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