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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히로시마의 가시관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히로시마의 가시관

해피제제 2020. 2. 18. 20:10

나가츠카 피정집에서 1시간 정도 강가를 따라 산책을 나섰다가 히로시마 원폭돔에 이르렀다. 마침 ‘고통의 신비’ 로사리오 기도를 올리다가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시는 장면’을 묵상하면서 원폭돔의 철골 구조물을 올려다 보았다가 그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구조물이 예수님의 가시면류관과 닮아 보여 흠칫 놀랐다.

원폭돔의 철골만 남은 지붕

20만의 원폭 희생자들의 끔찍했을 고통과 아픔을 지금 덩그렇게 남은 흔적들이 전해 주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곳곳의 전쟁과 테러 그리고 핵폭탄을 비롯한 무수한 무기들의 참상을 히로시마는 원폭돔의 앙상한 철골 구조로, 예수님의 고통 받았던 가시관으로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핵폭탄을 경험한 일본이 이처럼 과거의 흔적들에 ‘평화기념공원’이라 이름을 붙여 두었으면서도, 지금은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즉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평화헌법’을 수정하려 한다. 그래서인지 원폭돔의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학생들과 일반인 관광객들로 가득한 히로시마의 가시관들은 이제 더 이상 평화는 필요치 않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패전 후 75년, 일본은 과거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고 싶은 것일까.

고통의 신비 로사리오 기도를 올리면서 괜히 마음이 더 짠해져 희생된 모든 분들을 위해 아버지 당신의 나라에서 평온하길 청하였다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리 어리석은 인간들을 위해 오히려 그분들이 기도해 주십사 청해 본다.

원폭으로 희생된 모든 영혼들이여,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쉽게 잊고 살아가는 우리 가난한 인류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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