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Camino Primitivo 11: Arzúa > Monte de Gozo 본문
열하루째, Monte de Gozo 에 가다.
페드로우소의 알베르게에 머물려다가 그냥 몬테 데 고소 까지 왔다.
길을 나서면서 한나를 만났고 한참을 둘이서 함께 걸었다. 좋았다.
누군가와 함께 말없이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까.
어색하면서도 점점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침묵 중에 어색함도 올라왔지만 둘이 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익숙해질 때까지 그렇게 함께 있었다.
그녀의 삶에 하느님이 축복이 함께 하기를
그녀의 삶을 나누어 받으며 그 분의 도움을 청했다.
순례자들이 모이는 쉼터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다가
유투브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울었다.
서로 손을 맞잡은 남과 북의 두 경호원의 기분이 그대로 전해 졌다.
한국인 오금동성당 신자 안젤라 자매님을 만났다.
그렇게 짧은 인연의 끈을 잡고 싶었나 보다.
저녁에 작은 경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신부님이 직접 기타를 치며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저녁 해 지는 풍경과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의 첨탑이 아름답게 겹쳐진다.
# 단상: 함께 걷지만 별 말 없어도 편안한 사이
알베르게를 나서며 한나(독일)와 함께 걸었다.
몇 번 안면이 있었지만 그녀는 주로 사립 알베르게에 머무는 터에
좀처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첫 이미지가 티벳 비구니 같은 향기가 풍겼다.
그녀도 내 첫 만남에 대해
얼굴도 모르던 순례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단다.
실제로 그녀는 티벳에서 살았고 그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중국에서 비자 연장을 해 주지 않아서 고국 독일로 돌아 왔다.
그래도 이 순례가 끝나면 다시 티벳에 가겠다며 눈빛에 그곳의 향수가 가득하다.
티벳 비구니 스님 같은 옷차림이며 빡 빡 깎은 머리가 딱 외국인 수행자 같다.
그래서인지 고국 독일에서도,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가 이방인 취급을 하나 보다.
‘집이 답답하다’ 라는 말에서,
단지 ‘부모님 얼굴을 보기 위해서 잠깐 씩만 들른다’ 라는 표현에서
그녀의 섭섭한 마음을 조금은 알아 들을 수 있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어쩔 수가 없단다.
한나는 한나 자기 나름의 생이 있다며
부모님들의 참견 가득한 말에 늘 신경이 날카롭단다.
맑은 모습의 그녀에게도 이런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러면서 감정이 서린 말투에 저 마다 제 각각의 사정이 있구나 또 알아 듣게 된다.
이런 자유로운 영혼이 이 세상 안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주위의 다른 이들이 돌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각기 다른 영혼이 아무런 차별의 시선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께 청해 본다.
그녀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어느 순간 침묵이 찾아 왔다.
한 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로가 한 공간을 걷다가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듯 싶어 나는 로사리오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둘이 함께 같은 공간을 걸으면서도 한 마디 대화 없이도 서로를 알 수 있는 듯한 느낌.
불편함 없이, 어색함 없이, 같은 길을 걷는 모습, 참 묘한 경험이다.
오늘 한나는 산티아고에 들어간단다.
나는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4킬로미터 앞에 두고
산티아고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 위의 Monte de Gozo 알베르게에서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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