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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15년째 내 건강한 식단’ 본문

매일의 양식

‘15년째 내 건강한 식단’

해피제제 2019. 5. 18. 20:17

 

‘15년째  건강한 식단

 

늦은 아침을 준비(?) 한다. 아니다. 차려진 것들을 선택만 하면 된다.

 

14 국가에서 공부하는 신부님들만 모여 사는 공동체이기에 아침 만은 각각 식사 시간이 다르다. 수도원에서 늦잠이 말인가 싶겠지만 형제들 각자가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정한 규칙이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의 형제는 이른 아침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형 인간은 점심식사 미사를 참례하면 된다. 사정이 생겨서 공동체 미사에 참례할 없어도 걱정할 없다. 모두가 성품을 받은 사제들이기에 혼자서 미사를 드릴 수도 있다. 사제품을 받아 좋은 가지가 언제 어디서든 미사 집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듯 식빵 조각, 사과 반쪽, 요거트 하나, 오렌지 주스 잔의 소박한 식단이다. 수도원에 입회해서 시작된 식습관이다보니 거의 15년째 같은 식단이다. 그러고보니 수련원 시절에는 계란 후라이가 있었고, 일본 유학 시절에는 낫또라는 발효된 된장콩을 아침 마다 먹기도 했다.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서는 형제가 식단을 보더니 “muy sano!” 감탄한다. 아프리카에서 형제는 이렇게 유쾌한 말투와 몸짓으로 주위를 깨운다. 방금 요거트를 먹다가 차가운감촉에 나도 모르게 오늘은 식단에 온기가 없네라며 혼자서 볼멘 소리를 내뱉다가 형제의 아주 건강한 식단인데!” 라는 감탄사를 듣고 화들짝 놀라게 것이다.

 

지난 인테넷 방송에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의 어느 맛집에서 닭볶음탕을 국물 방울 남기지 않고 바닦까지 훑어 먹는 것을 보고 내심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5년째 같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온기가 없네, 있네투정 없다가 오늘은 그렇게 괜한 투정을 해 보았나보다.

 

아니다. 며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밥이 끝난  또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4월말 학기가 끝나서 이상 수업에 들어갈 일이 없어 좋기는 하지만, 학기 강의 노트들을 정리해서 제출하라는 과제와 레포트 그리고 기말 시험에 이렇게 3주째 매일같이 도서관 출근이다 (‘도서관이라 해보았자 바로 수도원 공동체 안에 있다). 게다가 학기 중에 읽어 두었던 아티클들을 이번 정리를 위해 다시 읽어야 하는 팔자에 머리가 무거운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는데 처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머리가  고생스럽다. 옛날부터 년도에, 누구에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마지막 결과까지 2000 분을 모두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은 다행스러운 것은, 공부가 교회사이다보니 예수님 죽음 이후 (A.D) 교회 역사만(?) 공부하면 된다. ‘B.C’ 빠진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가!

 

책상 위에 산적해 있는 자료들 때문에 괜히 심난해 하다가 아침에 읽어 복음 구절 떠올려 본다.

 

사비오야!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너와 함께 있었느냐. 그런데도 너는 아직 나를 모른단 말이냐. 너는 나를 이미 보았고 그래서 나를 안다. 그러니 안에 머물러 있어라 

 

오늘도 이렇게 위로를 받아 누린다.

고마운 형제, 고마운 말씀, 고마운 나의 하느님 그리고 미안한 15년째 건강한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