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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나는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본문

매일의 양식

나는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해피제제 2014. 5. 7. 07:21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 요한 6,39-40

 

신학자 김근수씨가 5월5일 대한문 앞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미사에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제자들이 풍랑에 죽을 위험에 빠졌던 성서 장면을 인용하며

도대체 하느님께서는 왜 이렇게 비정한 분이신가라며 슬픔을 토로했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가 풍랑 앞의 제자들은 가엾이 여기시어 파도를 잔잔케 했으나

세월호의 200명이 넘는 꽃같은 아이들의 '살고싶다'라는 다급한 외침에는

왜 손을 들어 당신의 자비로움을 드러내지 않으셨는지

당신이 그렇게도 인정이 없는 분이신가요 라며 원망하고 또 원망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를 당부한다.

'내가 죄인이다'라는 말은 잘못되었다라고 한다.

맞다. 내가 죄인인 것은 맞지만 먼저 책임을 지고 죄값을 치러야 하는 이들이 있단다.

'내가 미안하다'라는 말은 잘못되었다라고 한다.

맞다. 내가 아이들 앞에 미안한 것은 맞지만 먼저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이 있단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맞다.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은 분명히 있지만 먼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단다.

 

아들딸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평범한 우리들이

분명하게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 온 책임과 미안함과 죄가 있음에도

그런 평범한 우리를 대신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십사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은 누군가는

생때같은 아이들과 국민들이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사라져갔던 그 시간에

가족들의 다급함을 함께 공감하지 못하고 그저 갈팡질팡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불쌍한 사람들, 불쌍한 우리들, 불쌍한 대통령, 불쌍한 나의 하느님

 

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방 안을 비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강의 자료에 먼저 눈이 가고

지도교수를 만나야 하는데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은 내 처지에 마음이 급하다.

 

이렇게 빠르게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가 

문득 이 아침 '영원한 삶'을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예수님께서 '아프게 떠나간 이들을 다시 살릴 것'이라는 다짐에

이것저것 올라오며 또 괜히 심란해지는 마음이다.

 

주님 마지막 날도 좋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이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떠나간 이들의 아픔이 어땠을지 상상도 못할 지경입니다.

부디 저희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어 당신의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