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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너의 그 불편함까지도 내 문제 본문

마음에게 말걸기

너의 그 불편함까지도 내 문제

해피제제 2010. 10. 14. 09:14


행사에 쓸 명찰 디자인 건으로 직원들 의견이 분분했다.

누구는 'ihs' 로고가 좋다.
누구는 '명조고딕체'가 좋다.
누구는 'staff'가 로고 위에 있으면 좋겠다 등 등

센터 소장님부터 자원봉사자까지
제 각각 의견을 나누고 통합해가면서 아침부터 사무실이 복작복작했다.

결론은 '내 마음에 들지 않은' '목각체'로 위의 사진과 같이 결정됐다.
문제는 그 후에 불거졌다.
나의 이 ‘마음에 들지 않은 마음 상태’를 감지한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온 것이다.


"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게 하세요"라는 말이
그분의 어떤 곳을 건들었다 싶다.
한참을 옥신각신 해명과 반박과 침묵으로 똑 복작복작했다.


우선 내 의견대로 디자인이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첫째, 나의 감정 상태는 서운함이나 이해 받지 못함에 대한 억울함이 없다.
둘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감정과는 전혀 별개의
사실 관계의 문제다.
그래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렇게 결정 하세요'라고 나의 의견을 밝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편한 감정 상태’를 토로한 것이 아닌,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또한 내 의견을 밝히지 않고 꾹 눌러 참고 있었다면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내 감정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회의 의사결정 과정은 '예외'가 없다.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은 펼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해서 나는 내 의견을 충분한 근거와 함께 이야기 하였고,
그렇지만 다수가 더 좋은 방향을 나와 다르게 결정했다면
'오케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한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감정과 사실’에 대한 의견 피력을 구분하지 않고,
의견이 거부 받았으니 ‘알아서 하세요’라고 발을 빼는, 삐진 모습으로 판단했고,
그래서 “알아서 잘들 해보세요”라고 빈정댐으로 들렸다면
이런 사실들 때문이라면 비로소 나는 억울하다.
그래서 해명도 그만두고 침묵으로 불편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서 또 하나,
“내 의도는 이러이러한데
받아들인 당신이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래서 당신이 그러게 흥분하니
그것은 당신의 문제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이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누군가는 ‘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알아서 하세요’라는 말이
당신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이 사건은 더 많은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사건은 폭탄의 도화선이 된 것이지 정작 그 위험은
오래전부터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다시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나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라도
‘이 말을 했을 때 그이의 감정은 어떨까?’를 고려했어야 했을 것이다.
‘나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받아들인
네 책임이다’라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이 말과 이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것도 내 책임이다.

그리고 이것은 누군가를 향한 존중과 배려와
우리가 그토록 청하는 ‘사랑’의 더 확장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의 그 불편함은 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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