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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친구 본문

마음에게 말걸기

친구

해피제제 2010. 11. 3. 09:02
          2005년 수도회에 함께 입회한 동기 수사님들과

박정환 알렉스 신부님은 올해 서품을 받았다.

대학원 후배(?)였지만 지금은 수도회 선배로 중국미션을 준비중이다.
서품식이 있고 얼마 후 인천 답동 주교좌 성당에서 첫 미사를 가졌다.
예수회 후원회원들을 위한 감사 미사 봉헌 자리였다.

미사가 끝난 후 친구같은 박 신부님이 당신의 깨복쟁이 친구 한 분을 소개시켜 주었다.
바쁜 중에 모든 사람을 챙길 수 없는 처지라
내 전직이 은행원임을 알고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가
수출입은행에 다닌다며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으니 이야기 나눠보라 한다.
자신의 친구를 잘 대접하라는 뜻이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랫동안 궁금한 물음이었는지 '수도생활의 삶'에 대해 물어온다.
행복한지, 외롭지는 않는지, 걱정은 없는지, 재미는 있는지, 살만한 것인지, ...
친구를 향한 물음이 나에게 향한 것이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저런 대답을 들으시더니 다시금 물어온다.
'그 고생스러운 길' 어떻게 가고 있는지...

"친구가 있잖아요"

이 말을 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답을 하는 나는 이미 신이나 있었다.

먼 길 함께 걸어가는 친구
같은 꿈을 꾸는 친구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갈 친구
길고 오래갈 이 길,
외롭지만 외롭지 않을 친구
힘들지만 힘들지 않을 친구
나는 그런 친구들과 함께 한 길 묵묵히 나아간다.

한참을 신이나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느새 친구분의 눈가가 붉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무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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