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누구나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본문
사제들은 누구에게서 배울까?
앞서 영성체를 나선 학생이 성체(聖体)를 바닥에 떨어 뜨렸다.
그것을 주워 얼른 영(領)하지 않고 자리에 돌아가더니 슬며시 구석 자리에 내려 놓는다.
뒤 따르던 한 자매님이 평소 잘 알던 학생이라 조심스레 묻는다.
“왜 성체를 영(領)하지 않고 여기에 두었어?”
학생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라 더러워서요.” 한다.
신심 깊은 자매님은 오지랖 넓게도(자매님 표현이다)
“그럼 내가 영(領)해도 될까?”하고 학생의 허락을 득하고 성체를 영했다.
아직 어린 학생은 ‘성체(聖体), 예수님의 몸’의 의미와 신심이
그만큼 자라지 못해서 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바닥에 떨어진 성체가 더러운 것이 아님을 당신의 행동으로 보여 주신 것이다.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성체를 나누어 주던 신부님도 학생이 떨어진 성체를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지랖 넓은 자매님의 행동도 같이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파견 강복 전에 모든 신자들 앞에서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신부님이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해당 자매님이 얼굴이 하애질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다니
그래서 파견 강복을 받기 위해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였다니
게다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나와서 집으로 가는 내내 울고 가셨다는 말에
그 서럽고 오해 받음에서 북받치던 눈물에
짐작컨데 상처를 크게 받았으리라.
그 후에도 성당에 나가면 해당 신부님과 얼굴을 마주칠까 싶어
일주일 간을 근처의 다른 성당으로 미사를 다녔고
또 그것이 그렇게 죄스러워 결국 고해성사를 본 후
다시금 본당 미사에 나가게 되었다는 마음 속 부끄러운 고백담이다.
그래도 미사를 마치고 직접 해당 신부님을 마주하고
‘그렇게 구석에 버려진 예수님께 너무 죄스럽고 미안해서
영(領)할 수밖에 없었노’라며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고
“아니 자매님을 두고 그런 것은 아니고…”라며
눈물 범벅이 된 자매님에게 말 끝을 흐리는 신부님의 반응을 본다면
그 신부님이 그 뒤로 얼마나 미안하고 또 부끄러웠을지 상상해본다.
그래 보입니다.
보통의 그리스도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제나 수도자들 역시도
그렇게 실수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지혜를 배운다.
그 순간 오해 받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자초지종을 알게되면 우리 수도성직자들은 또 얼마나 당황하고 부끄러운지 모른다.
앞으로 해당 신부님은 똑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모든 신자들 앞에서 그때와 같은 가르침을 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사를 마치고 조용히 해당 신자와 마주하며 그 사정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날의 자매님과 같은 마음으로 ‘더러워진 예수님’을 모신 것을 알게 된다면
해당 자매님께 고마워하고 그 마음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다음 번 미사 때에는 그 어여쁜 마음을 예로 들며
‘성체 공경’에 대한 가르침을 모든 신자 분들에게 전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재미지고(?) 짠한 마음으로 듣게 된 그 자매님의 눈물콧물의 경험은
우리 수도성직자들에게는 하느님의 귀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수도성직자들로 인해 신자 분들의 속상하고 눈물 흘린 경험들이
미숙한 우리 수도성직자들에게 더없는 지혜를 전해 주신다는 것을 아시고
부족한 우리들의 성화(聖化)를 위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도와 용서를 청해 본다.
사랑이신 주님,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로하소서.
'세상에게 말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일파'와 '지한파'의 차이 (0) | 2019.09.13 |
---|---|
사랑이 식는 것인가? (4) | 2019.09.06 |
A신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1) | 2019.09.01 |
몬세랏 수도원, 검은 성모자상 (0) | 2019.08.21 |
독을 품은 말들 (0) | 2019.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