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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다시 사월이다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다시 사월이다

해피제제 2018. 3. 11. 10:07

다시 사월이다





 


요한 11:1-7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가 사는 베다니아 동네에 라자로라는 병자가 있었다. 앓고 있던 라자로는 마리아의 오빠였다. 마리아는 주님께 향유를 붓고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아 드린 적이 있는 여자였다.



마리아와 마르타는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주님,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가 앓고 있습니다하고 전했다. 예수께서는 그 전갈을 받으시고그 병은 죽을 병이 아니다. 그것으로 오하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느님의 아들도 영광을 받게 될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마르타와 그 여동생과 라자로를 사랑하고 계셨다. 그러나 라자로가 앓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도 계시던 곳에서 더 머무르시다가 이틀이 지난 뒤에야 제자들에게유다로 돌아 가자하고 말씀하셨다.



요한 11:17-4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러 보니 라자로가 무덤에 묻힌 지 이미 나흘이나 지난 뒤였다. 베다니아는 예루살렘에서 오리밖에 안 되는 곳이어서 많은 유다인들이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마르타와 마리아를 위로하러 와 있었다. 예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마르타는 마중을 나갔다. 그 동안 마리아는 집 안에 있었다.



마르타는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주님께서 구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하느님께서 다 이루어 주실 줄 압니다.”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마르타는마지막 날 부활 때에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르타는 , 주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기로 약속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믿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이 말을 남기고 마르타는 돌아 가 자기 동생 마리아를 불러 귓속말로선생님이 오셔서 너를 부르신다하고 일러 주었다.



마리아는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 달려 갔다. 예수께서는 아직 동네에 들어 가지 않으시고 마르타가 마중나왔던 곳에 그냥 계셨던 것이다. 집에서 마리아를 위로해 주던 유다인들은 마리아가 급리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그가 곡하러 무덤에 나가는 줄 알고 뒤따라 나갔다. 마리아는 예수께서 계신 곳에 찾아 가 뵙고 그 앞에 엎드려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마리아뿐만 아니라 같이 따라 온 유다인들까지 우는 것을 보시고 비통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그를 어디에 묻었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시자 그들이주님, 오셔서 보십시오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그래서 유다인들은저것 보시오. 라자로를 무척 사랑했던가 봅니다하고 말하였다. 또 그들 가운데에는소경의 눈을 뜨게 한 사람이 라자로를 죽지 않게 할 수가 없었단 말인가?”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께서는 다시 비통한 심정에 잠겨 무덤으로 가셨다. 그 무덤은 동굴로 되어 있었고 입구는 돌로 막혀 있었다. 예수께서돌을 치워라하시자 죽은 사람의 누이 마르타가주님 그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납니다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마르타에게네가 믿기만 하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되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하시자 사람들이 돌을 치웠다.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제 청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청을 들어 주시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여기 둘러 선 사람들로 하여금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 주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이 말을 합니다.” 말씀을 마치시고라자로야, 나오너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시자 죽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손발은 베로 묶여 있었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겨 있었다. 예수께서 사람들에게그를 풀어 주어 가게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 마리아를 찾아 왔다가 예수께서 하신 일을 본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창졸간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 보낸 형제가 있었다. 아들은 아직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어머니는 배려도 없이 서둘러 떠나 가셨다. 형제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깊었기에 그 상실감 또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고 묘지에 묻고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 곳곳에 어머니의 흔적과 부재로 더 이상 물기라곤 없을 것 같았던 몸에서 기어코 눈물을 짜낸곤 했다.



슬픔에 차 있는 형제에게 주위에서는 여러 가지 위로의 말들로 건네지만 그이들의 위로가 형제에게는 아직 위로로 와 닿지 않는다. “어머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야”, “형제님, 사랑하는 가족들이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있으니 어머니도 하느님 곁에서 영혼의 안식을 취하고 계실겁니다.”, “남은 가족들 생각해야지, 장남인 네가 하루 빨리 기운을 차려야 하지 않겠니?” 등 등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죽음 앞에서 충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주위에서는 자꾸 삶으로 등을 떠미는 것 같아 또 그게 그렇게 야속하고 속상했단다.  



저분들에게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이렇게 쉽게 잊혀지는 것인지, 나의 슬픔은 이렇게 매일 눈물이 마르지 않는데, 어머니를 사랑하고 형님! 동생!하며 함께 해 왔다는 분들에게는 슬픔의 시간이 이렇게 짧아도 되는 것인지…’ 등 등, 위로의 말들을 건네는 분들의 그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그게 또 왜이리 섭섭하고 야속한지 한 동안 계속 그런 마음 상태이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난 보낸 형제에게는 그저 애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충분히 슬퍼할 때까지 주위의 벗들은 그저 남은 가족들의 곁을 지켜줄 수 있을 뿐이다. 혹여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 보기가 안쓰러워 마음을 담아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말들로 아직 떠나 보낼 준비가 안 된 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입는다. ‘내 어머니가 이렇게 쉽게 잊혀질 수 있는 분이었구나싶어 더욱 그렇다. 그러니 가족들이 울고 울고 또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래서 충분히 슬퍼해서 마음의 찌꺼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을 때까지, 그저 그이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자리를 지켜 주자.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그래서 그이들이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 이제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그제서야 짠 하고 나타나 그이를 한 번 크게 안아주자. 슬픔의 시간에 입에 대지도 못했을 맛난 것도 챙겨주고, 어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올려 두고 이야기를 나눠 보자. 그렇게 어머니를 추억하는 모든 이가 함께 모여 작은 헤어짐의 의식을 치뤄 보는 것도 좋겠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좋아하던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고, 생전에는 그렇게 촌스럽다고 구박했던 어머니의 음악도 볼륨을 켜 두자. 또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곳곳에 걸어 두고, 그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어 보자.



이렇게 매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어머니를 기억해 주면, 그분은 지금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실 것이다. 그렇게 매년 어머니를 가족들 안에 부활시켜 추모하다가, 어느날 문득, 어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이 이 땅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어머니는 하늘나라에서 그렇게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가족들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매일 어머니를 부활시켜 추억하면 될 일이다.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이 다가 오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사월의 포근함이 힘에 겨운 어머니 아버지들을 기억한다. 가족들 안에서 떠나간 형제 자매의 빈 자리를 매일 마주하며 살고 있을 또 다른 형제 자매들을 기억한다. 아직 사월을 추모 중인 모든 이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언제쯤 그이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그이들이 좋아했던 음악을 켜두고, 또 그이들의 사진을 꺼내어 보면서 지금 이곳에 그이들을 웃음으로 마주 대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손 모아 청해 본다.



올 사월은 조금은 덜 아프게,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또 조금은 덜 쓰라릴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청해 본다.



주님, 사월의 따사로운 볕 아래서 여전히 눈물 짓는 이들을 기억하소서.  


 


한 가지 더, 두려움과 공포에 떨 던 아이들이 자기 보다 더 큰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울고 있는 친구들을 위로하는 영상들을 보았다. 목소리에 불안이 가득하지만 친구를 향해 괜찮아 괜찮아라며 괜히 더 너스레를 떨며 용기를 북돋는 눈물 겨운 영상이었다. 어떤 사진에는 혹여라도 둘이 떨어질까 손을 꼭 마주 잡고 있기도 했고, 또 어떤 사진은 서로의 구명 조끼를 엮어서 마지막까지 둘이 함께였음을 보여 주었다. 아이들이 그 순간에 두려움에 떨며 아무 것도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아이들 방식으로 친구들과 함께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마지막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며 위로를 건넸다면 그날 그렇게 외롭고 무섭기만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그 해 사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눈인사 했을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