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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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 벗은 임금님
마라(이탈리아)가 키아라(폴란드)가 만들었다는 음식을 먹고 있다.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꾸역꾸역 먹는 중이란다.
그래서 나도 그녀가 권하는 한 숟가락 입에 넣어 보았다.
정말이지 모든 재료를 몽땅 쓸어 담은 정체 불명의 음식(?)이다.
이런 오묘한 맛을 마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가
저절로 시선이 향하는 곳이 있어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나는 아름다운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까미노를 하면서 한 가지 불편함으로 다가 오는 것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하느님께 눈 앞의 맑고 싱그러운 이들의 행복을 빈다.
내 시선이 그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를 청한다.
키아라 라고 하는 얼굴 여기 저기를 비롯해 온 몸을 문신으로 가득 채운 소녀,
머리를 빡 빡 밀고 다니는 한나
레게 머리를 길게 따고 다니는 집시 소녀를 비롯해
거의 모든 여자 순례자들은 편안한, 최소한의 복장으로 순례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유럽이다.
동양의 온 몸을 가리는 옷차림에 익숙한 나에게는
이이들의 옷차림은 거의 반쯤은 벗은 모습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순례를 하면서 만나는 동양의 여자들은 거의 온 몸을 덮고 있다.
아무래도 작렬하는 태양 빛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덜 태우기 위한 방편이리라.
나도 동양의 여자들처럼 긴팔 옷과 손수건, 그리고 선크림으로 온 몸을 덮고 있다.
이렇게 그녀들의 드러난 맨 살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그녀들에 가 닿는 내 시선이 일상의 시선으로 가 닿기를,
호기심이 묻어 있지 않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 음흉한 것이 아니기를 기도한다.
그이들의 싱그럽고 풋풋한데 얼굴을 붉히기는 하겠지만, 일부러 좇지 않고
그냥 아름다운 꽃에 감탄하듯 그 싱그러움에, 맑음에 감탄할 수 있기를,
그이들의 젊음을 온 마음을 다하여 응원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의 은총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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